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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브리의 여행기/남미, 쿠바

[쿠바] 아바나 Havana 3일차 - 낮의 말레콘과 베다도 지역을 온종일 걸어다닌 날

by 브리초이스 2022. 6. 19.

 

3일차의 아침이 밝았다. 쿠바에서는 단 3박 4일이라는 짧은 일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아바나 외 다른 지역으로 나갈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이 날도 여유롭게 발이 닿는대로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정말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았던 방에서 보는 창 밖 풍경. 페인트칠이 다 벗겨진 낡은 건물조차 이 나라의 풍경 속에 자연스레 녹아 어우러져 있었다. 마치 원래 이 모습이 당연하다는 듯. 파도치는 말레콘은 말할 것도 없고 구름이 낮게 깔린 파란 하늘까지 모조리 다 그립다. 

 

 

 

 

 

 

아바나에 도착한 후로 그나마 가장 선선했던 날이었다. 아침에 숙소에서 뭔가를 먹었던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미 올드 타운 쪽은 전날과 전전날 가봤던 터라 이번엔 가보지 않은 반대쪽으로 걸어 베다도라는 동네에 가보기로 했다. 아바나에 있는 동안 낮에 보는 말레꼰도 제대로 즐겨보고 싶어서 일부로 말레꼰을 따라 쭉 올라갔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쿠바만의 매력인 올드카와 파도가 부딪쳐 넘실거리던 말레콘.

 

 

 

 

 

 

 

 

말레콘을 따라 정말 한참을 걸어 올라가고 나니 큰 호텔들이 모여있는 이 곳에 도착했다. 앞에 Cuba라고 크게 쓰여 있어서 사진 찍기에도 좋았던 곳. 여기에서 왼쪽으로 틀어 주택가가 보이는 지역으로 들어섰다. 

 

 

 

 

 

 

 

배가 너무 고파서 일단 먼저 식당을 찾기로 했는데, 로컬들이 꽤 있던 깨끗한 레스토랑이 있어서 들어갔다. 관광객이 잘 방문하지 않는 곳인지 아시안인 우리 둘이 들어서니 카운터 직원도 손님도 살짝 읭? 하는 느낌이 들었다ㅎㅎㅎ 나는 피자에 어김없이 Limonada(레몬에이드), T는 레몬에이드 말고는 우리 둘다 전혀 읽을 수가 없어서 아무 음료나 그냥 시켜보고 패티가 두개나 들어간 큼지막한 버거를 시켰다. 

 

 

피자는 아바나 어딜가나 있는 반죽에 소스 살짝, 치즈만 올라간 평범한 피자였고, 버거도 우리가 흔히 먹는 체인점 버거들처럼 달달하고 감칠맛이 있는 버거는 아니었지만 여긴 아바나다. 이 정도로 깨끗하고 먹을만하게 나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다. 게다가 여행자가 많은 올드타운은 솔직히 음식에 비해 가격은 토론토 가격으로 굉장히 비싼 편인데, 이 곳은 로컬들이 먹는 곳이라 쿠바 물가에 맞게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저렴했다. 

 

 

 

 

 

 

이 동네는 확실히 우리가 여태 다녀본 동네들과는 확연히 달라 보였다. 건물들도 비교적 깨끗하고 도로와 길이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었으며 쓰레기 냄새도 개똥도 없이 정말 깔끔했다. 비싼 호텔들과 아마도 관공서(?)들이 모여있는 지역인 것 같았는데 음식값은 지저분한 올드 타운보다 훨씬 저렴하니 너무 만족스러웠다. 

 

 

 

 

 

 

 

늘 여행을 가면 걷는 이유가 바로 이런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동네를 실제로 걸어다니며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기 때문.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유명 관광지들만 도장찍기 하듯 차로 돌아다니면 그건 진정한 여행이 아니지!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 속에 들어가 보는 게 진정한 여행. 그래서 나는 아바나에서도 무조건 걸었고, T가 불평없이 같이 잘 맞춰서 걸어줘서 여행내내 만족스럽게 잘 돌아다닐 수 있었다. 

 

 

 

 

 

 

 

 

응? 말레콘을 벗어나서 사람들이 사는 동네로 들어왔다고 생각했는데, 걷다보니 또 말레콘이 나왔다? 이 부근에 왔을 땐 파도가 정말 커서 우리 옷이 흠뻑 젖을 정도로 많은 물들이 도로가로 쏟아졌다. 햇볕이 쨍한 더운 시간이기도 하고 주변에 상가 등이 없어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은 한명도 보이질 않았다. 여기서 비디오도 많이 찍고 정말 재미있게 즐겼다. 

 

 

 

 

 

 

 

 

 

걷다 지칠 땐 말레콘에 걸터앉아 쉬기도 하고. 비록 이 여행이 T와의 처음이자 마지막 해외 여행이 되었지만, 다른 건 몰라도 여행 스타일은 정말 최고로 잘 맞았다. 쿠바라는 나라에 오고싶었던 것도 나였고, 내 생일기념 여행이라 내가 원하는 대로 다 따라와줘서 원하는 방식대로 편하게 다 돌아다닐 수 있었고 옆에서 잘 맞춰줘서 고마웠다. 아니 굳이 맞춰줬다기 보단 지나고 보니 우리 둘 여행스타일이 비슷해서 하루종일 이렇게 발 닿는대로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둘다 너무 재미있게 잘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시 주택가로 들어왔는데, 한창 공사 중이던 어느 집. 아무리 이런저런 부자재가 부족하다고 해도, 이 곳 사람들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나름 집을 꾸며둔 게 신기했다. 깨진 접시와 병 유리병 조각을 타일 대용으로 벽에 붙여둔 게 인상적이었다. 

 

 

 

 

 

 

 

어딜가나 쉽게 볼 수 있었던 발코니 빨래줄에 걸린 빨래들. 나른하게 걸려있던 이 빨래들이 이 나라 사람들의 여유로운 일상의 단편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속옷 빨래도 거리낌 없이 널어두는 자유분방함ㅎㅎㅎㅎㅎ

 

 

 

 

 

 

 

 

그렇게 몇 시간을 걷다보니 드디어 부자동네라는 베다도 지역에 도착했다. 확실히 상가도 많고 활기찬 동네임에도 올드타운과는 비교되는 단정함과 나름의 모던함이 있었다. 이렇게 아기자기하고 예쁜 영화관도 보였고, 

 

 

 

 

 

 

 

 

 

 

사람들이 많이 줄 서있는 곳에서 먹을만한(?) 빵도 샀다! 가격이 정말 쌌는데, 꽤 먹을만 해서 우리 둘다 대 만족이었다. 

 

 

 

 

 

 

 

 

빵을 먹고나니 다른 가게들도 궁금해서 이리저리 기웃거리다 예쁜 초컬릿을 파근 곳을 발견! 원래 다크 초컬릿만 먹는 편인데, 아바나에서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지. 키티 모양으로 예쁘게 만들어진 걸 발견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흥분했다ㅎㅎㅎ 딱히 포장지나 넣어주는 플라스틱 백도 없이 휴지 하나에 올려주는 이 쿨함! 쿠바 콜라 tuKola도 같이 사마셨다. 

 

 

 

 

 

 

 

 

한참 구경하다 나름 예쁜 카페도 발견해서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타임도 즐겼다. 쿠바 커피가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여행 3일차가 되어서야 드디어 맛을 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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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여기 앉아서 얘기한 게 진작 이 동네에 와봤다면 숙소 근처 비싼 브런치 레스토랑이나 올드타운에서 캐나다 물가에 맞먹는 금액을 내고 점심을 사먹지 않았을 거라고... 혹시 다음에 아바나에 다시 오게 된다면 꼭 이 동네에 숙소를 잡고 대부분의 시간을 여기서만 보내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너무너무 맘에 드는 동네였다. 관광객들은 대부분 올드타운에 몰려있는데, 이 동네는 점잖은 로컬들이 사는 나름 부자동네이고 관광객은 거의 없었기에 현지 느낌을 제대로 경험하기 딱 좋아보였다. 우리가 머문 에어비앤비 숙소는 뷰는 환상으로 좋았고, 올드타운과 베다도 중간지점에 위치해 있어 걸어다니기 딱 좋은 지역에, 바로 앞이 말레콘이라 정말 좋았지만 근처에 괜찮은 수퍼마켓 하나 없는 게 좀 아쉬웠다. 어쩌면 우리가 못 찾아서 그랬던 걸지도?

 

 

 

 

 

 

 

 

커피 마시고 나와서 돌아다니다 어느 집 마당을 자유롭게 걸어다니고 있는 닭을 발견. 사람 뿐만 아니라 닭도 이 나라에선 자유롭게 산다. 

 

 

 

 

 

 

 

 

어느길로 걸었나 기억은 나질 않는데 그냥 정처없이 걷다보니 첫날 공항에서 택시타고 들어올 때 봤던 혁명 광장 (Plaza de la Revolución)에 와있었다. 여행 시작과 끝을 이 곳에서 마주하다니!

 

 

 

 

 

 

 

 

 

 

혁명 광장 앞에서 숙소까지는 거리가 멀었고, 우린 이미 온종일 걸어다닌 터라 지쳤는데 다행히 이 코코택시(오토바이 택시)가 있어서 괜찮은 가격에 숙소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아바나 도로를 달리는 매연을 뿜뿜 뿜어대는 올드카들 때문에 달리는 내내 코와 입을 한손으로 가리고 있어야 했지만, 너무너무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에 쿠바에 있는 동안 꼭 한번은 타보실 것을 추천!

 

 

올드카 투어를 안해봐서 모르겠지만, 이 코코택시?로 아바나 거리를 달리는 기분이 정말 끝내줬다. 무조건 걷는 것만 추구하던 나에게 이 꼬꼬택시는 정말 신세계였다. 짧은 거리 이동 수단으로도 좋지만 관광 목적으로 한번 타고 거리를 달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분명 저녁을 어디서 사먹었을텐데 사진도 남아있지 않고, 기억이 나질 않는다. 분명 또 한끼를 무사히 떼우기만 했던 게 분명하다ㅎㅎㅎ 그렇게 다가온 아바나에서의 마지막 밤. 아쉬운 마음에 이 풍경을 보고 또 보며 오래도록 눈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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