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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브리의 여행기/남미, 쿠바

남미여행 베드버그 경험담 (베드버그 물린 자국, 낫기까지 기간, 바르는 약과 먹는 약 + 정신적인 스트레스)

by 브리초이스 2022. 5. 31.

 

베드버그는 유럽이나 남미 배낭여행을 다녀온 다른 사람들의 경험담을 글로만 읽어봤지, 내가 살면서 직접 겪을 일이라고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나는 이미 페루나 볼리비아 등 힘든 나라들을 거쳐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라는 뭐든 다 있는 대도시에 도착해 있었다!


(* 참고로 이 글에는 물린 자국만 나오기 때문에, 벌레 사진 같은 건 없으니 안심하고 읽으셔도 된다.)


 




타임라인

 

  • 물린 직후의 피부 상태
  • 뭔가 제대로 잘못되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낌
  • 호스텔의 잘못된 대응
  • 방을 교체했으나 이미 늦은 시기
  • 호스텔 퇴실
  • 시간이 갈수록 더 심해지는 몸 상태
  • 호스텔 재방문 + 숙박비 환불 + 약국 동행






 

시작은 이 고양이었던 것 같다. 호스텔에서 키우는 냥이로 객실을 마음대로 드나들며 게스트들 침대 위로도 마음껏 걸어다니고 앉아서 쉬고는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너무 귀엽다며 동영상도 찍고 만져도 보고 다른 게스트들이 잠들기 전까지 같이 잘 놀았는데, 생각해보니 얘가 외부에서 내부로, 이 침대에서 저 침대로 벌레를 옮기는 주범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날따라 이상하게 잠이 안 와서 새벽 3시까지 깨어있었는데 몸이 따끔따끔 간지럽기 시작하는 게 아무래도 창문으로 모기가 들어온 건지, 침대에 벌레가 있는 것 같았다. 30도 이상으로 굉장히 더웠던 시기라 모기가 있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몸이 너무 가려워서 잠에 들 수가 없었다...





 

 

 

뒤척이다 30분쯤 잠깐 잠이 든 것도 같았지만 결국 몸을 긁으며 깼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곧바로 공용 화장실로 가서 밝은 불빛 아래에서 봤더니 어깨, 팔, 다리 할 것 없이 이미 벌레 물린 자국이 울긋불긋 부어오르고 있는 거다;;;






 

 


* 여기서 중요한 건 한 부위에 하나씩만 물린 게 아니라 꼭 2-3개씩 연달아서 물린 자국이 있다는 것 = 베드버그에 물렸다는 의미다...







그래서 바로 1층 카운터로 내려가서 당시 상주하고 있던 남자 직원에게 팔과 어깨 등 온통 부풀어 오른 내 상태를 보여주고 아무래도 침대에 벌레가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 남자의 반응은 뜨뜨미지근 했다... 온몸이 벌레에 물려 부어오르고 있는 내 몸을 보고도 '음식 잘못 먹은거 아니냐, 푸드 알러지 있냐?' 라며 별 반응이 없....다?


나라고 뭘 특별한 걸 바라고 내려간 건 아니었지만, 이런 반응은 예상외였다. 새벽이라 아무것도 도와줄 수 없다는 식이라 나도 그냥 다시 올라가서 일단은 날이 밝을 때까지 좀 더 자보기로 했다.







 

 

 

그렇게 다시 잠이 들었지만 새벽 5시 반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이 가려워서 다시 내려가서 도저히 이렇게 같은 침대에서는 못 자겠다고 컴플레인하고는 근처 소파에 앉았다. 내 침대는 불안하고 같은 방에 다른 사람들은 아직 자고 있으니 차라리 1층 소파에 앉아있는 심정이었다. 남자 직원이 결국 아무도 없는 빈 방을 내어줬는데 잠을 제대로 자야 할 것 같아서 일단 누워있으니 침대 위로 정말 작은 벌레 하나가 기어가는 게 보였다;; 나중에 들어보니 그 방은 오랫동안 손님을 받지 않은 채 비워둔 방이었다고 하니, 아마 내 옷에 숨어있던 벌레가 침대로 내려온 것 같았다.

 





그렇게 잠은 잠대로 못자고, 피곤한 상태로 아침을 맞이하고는 같은 방에 있던 사람들이며 조식 먹으며 만난 한국인들에게 이 호스텔에 베드버그가 있는 것 같다고 알렸다. 다들 내 몸을 보더니 너무 걱정을 해줬는데, 새벽에 있던 남자 직원도 이런 반응이었어야 하는 데 뜨뜨미지근 했던 게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행히 오전 시간엔 전날 체크인할 때 봤던 젊은 여자 직원이 나와있었고, 상황을 설명하고는 체크아웃을 하고는 바로 다른 호스텔로 옮겼다.





 

 

 

(왼쪽) 물린 날 새벽은 모기에 물린 것 같이 막 부어오르는 모습이었고, 다음날 아침인 (오른쪽)을 보면 시간이 갈수록 더 부어오르고 상태가 많이 심해진 걸 알 수 있다.







 

참고로 베드버그에 물리고 나서 처음엔 그냥 모기에 물린 것처럼 부어오르고 간지럽기만 해서 놔두면 금방 가라앉는 줄 알았다. 첫날은 비록 몸은 가려워도 그냥 돌아다닐 만했지만, 밤에 샤워를 하고 나니 물린 곳들이 화끈거리며 더 심하게 가려워서 이 날 밤에도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다음날 아침이 되니 물린 줄 몰랐던 부위들까지 부어오르기 시작했고, 눈에 띄게 피부가 붉어질 뿐 아니라 훨씬 심하게 부풀어 올랐다. 사진에 보이는 곳은 일부이고, 이마부터 어깨 팔다리, 손가락, 허리 등등 온몸이 물려있었다. 특히나 뼈마디에 가까운 손가락 부위는 너무 탱탱하게 부풀어서 손가락을 제대로 굽힐 수 없을 정도로 부어서 뼈마디가 아플 정도였다.





게다가 일단 다른 호스텔로 옮기기는 했지만, 내 캐리어에 든 옷이며 가방이며 신발에 배드버그가 얼마나 숨어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물론 물렸던 날 입었던 옷과 속옷, 신발은 모조리 비닐봉지에 꽁꽁 묶어 담아두었지만, 여전히 불안하기도 했고 이런 상황을 숨기고 새 호스텔 다인실로 옮겼다는 죄책감도 컸다. 새 호스텔에 누웠을 때 베드버그 한 마리가 침대 위로 기어가는 걸 보기도 했고, 캐리어에 든 옷들은 모두 어떻게 세탁을 해야 하는지... 캐리어 자체는 어떻게 소독을 해야 하는지... 혹시 내가 이 새 호스텔에 배드버그를 옮기고 있는 건 아닌지 등등. 새 도시를 즐길 생각만 하기에도 바쁠 때 나는 이런 걱정을 하며 사람들 앞에서는 물린 자국을 숨겨야 했다. 누군가가 내가 배드버그에 물린 사실을 알게 되면 이 호스텔에서 쫓겨날지도 몰랐기 때문. 이때의 스트레스는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다 ㅠㅠ






 

 

 

배드버그 물렸을 때 바르는 약과 먹는 약


혼자 스트레스도 너무 많이 받고, 이런 원인 제공을 한 호스텔에 돌아가서 뭐든 이야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다행히 젊은 여자 직원이 내가 전날 밤에 올린 리뷰를 이미 읽어서 내 상황을 알고 있었고, 내가 묵었던 밤에 있던 남자는 알고 보니 이 호스텔 직원이 아니라, 새벽 근무를 할 사람이 없어서 딱 하루 대신 나와준 호스텔 사장의 친구였던 거다. 이 호스텔 사람이 아니니 베드버그에 대해 알리가 없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몰라서 멀뚱멀뚱 나를 쳐다보고 있기만 했던 것. 이런 이야기를 다 듣고 나니 그때 그 남자가 왜 그렇게 반응했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일단 그날 어이없었던 대응은 그렇다쳐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하자마자 이런 일이 생겨버려서 나는 정말 더 여행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질 정도로 기분이 다운이었다. 온몸이 울긋불긋 부어올라서 사람들이 보고 알아차릴까 봐 걱정되었고, 몸도 너무 가렵고 아팠다. 마침 내가 가서 이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호스텔 사장이 왔고, 영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와서 내 몸을 이리저리 살피고는 진심으로 너무 미안해했다. 이런 적이 없었다고는 하지만, 내가 전날 찾아본 리뷰에서 최근 머문 한 일본인이 이미 이 호스텔에서 베드버그를 경험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그 일본인 여행객이 컴플레인하지 않았거나 직원들이 모른 척했거나 둘 중 하나였다.

 

 


일단 하루 밖에 묵지 않았고 숙박비도 1일 20불 정도로 굉장히 쌌기 때문에 돈은 중요하지 않았지만 환불은 꼭 받아야 했다. 거기에 호스텔에 가기 직전에 혼자 약국에 가서 바르는 약도 구매했기 때문에 그 영수증을 보여주고 약값도 같이 받아냈다. 베드버그에 물렸을 때만 바르는 약은 아니고 그냥 벌레에 물렸을 때 바르는 크리미한 물파스(?)였다.

 

 


숙박비와 약값을 환불을 받고는 여자 직원이 나를 데려가 먹는 약을 사주겠다고 해서 같이 근처 약국으로 가서 이야기 해 보니 배드버그에 물린 게 맞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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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먹는 약도 먹고, 하루 온종일 바르는 약을 덧발렀더니 조금씩 낫는 것 같았다. 확실히 그냥 놔두면 온종일 가려웠는데, 물파스 같은 흰색 약을 가방에 넣어두고 가려울 때마다 덧 발라줬더니 가려운 게 가라앉았다. 정말 바른 부위가 하얗게 뜰 정도로 하루 수십 번씩 발랐다.






 


이날 이후

 


다행히 내가 새로 옮긴 호스텔에서 배드버그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던 걸로 봐서 큰 문제는 없었고,
가지고 있던 필요없는 건 바깥 쓰레기통에 버리고 나머지는 다 세탁했다.
운동화도 어차피 여행하며 신고 버리고 올 생각이어서 조리 하나랑 크럭스만 남기고 버렸다.
캐리어는 천 캐리어도 아니기도 했고, 괜찮은 것 같아서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놔두고 말린 후 사용했고,

먹는 약도 매일 먹고, 하루 온종일 바르는 약을 바르고 또 발랐더니 피부 상태가 더 악화되지는 않았다.
(* 다만 밤마다 샤워만 하고 나면 다시 심하게 가려워서 꼭 바르는 약을 바르고 자야 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베드버그에 이미 물리신 분들은,

 

  • 여행 중이라면 무조건 가지고 있는 옷과 신발을 모두 따뜻한 물로 세탁할 것.
  • 바로 세탁할 여건이 안된다면 비닐봉지 등에 꽁꽁 묶어서 따로 보관하기.
  • 혹시 본인 집에서 나왔다면 침대와 소파, 이불 등은 이미 회복시키기 어려움. 그냥 죄다 버리시길.
  • 베드버그는 햇볕에 약하다고 하니 다른 가구 등은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며칠 놔둬서 볕에 소독시키기.
  • 물린 후 먹는 약과 바르는 약을 발라도 낫기까지 일주일은 걸리기 때문에 그냥 놔두지 말고 꼭 먹는 약을 먹을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 이미 물린 거, 살면서 한번 겪어보는 것도 괜찮지란 긍정적인 마인드로 너무 스트레스받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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