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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브리의 여행기/남미, 쿠바

[쿠바] 아바나 Havana 2일차 - 다시 찾은 올드 타운, 모로성, 말레콘, 아바나 차이나타운

by 브리초이스 2022. 6. 18.

전날 밤 늦게까지 어두운 골목을 쏘다녔지만, 아바나에 있는 짧은 기간 동안은 매일 일찍 일어나서 일출 풍경을 보고 싶었다. 내가 또 언제 이 곳에 와서 이런 고층에서 아바나 시내와 말레콘 풍경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머물 수 있을지 몰랐기 때문에 즐길 수 있는 만큼은 다 즐겨야지.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문을 열고 모로성 쪽으로 보이는 뷰와 시티 뷰. 이제 막 해가 뜨기 시작할 때라 온 거리가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이건 우리 방에서 발코니를 열고 나가면 보이는 반대쪽 뷰. 같은 시간이었지만 이쪽은 이미 거리가 환했다. 그래도 이때가 새벽 6시쯤으로 새벽 버스만 오갔지 다른 소리는 말레콘에서 들려오는 바도 소리 빼고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저 멀리 보이는 고층 호텔들만 제외하면 우리가 머문 에어비앤비가 이 동네에서 몇 안되는 굉장히 높은 고층 건물임을 알 수 있다.






생일날 아침을 이 곳에서 보내다니 :) 아침으로 미역국은 없지만 토론토에서 미리 가져간 까르보나라 불닭 볶음면 컵라면(이 매운걸 아침부터^^;;)을 먹었는데, 처음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었다. 특히 음식이 맛없는 쿠바에서 먹은거라 더 맛있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원래 여행할 때 컵라면이나 햇반 같은 건 잘 싸다니지 않고 현지 음식으로만 해결하는 편인데, 쿠바 여행은 예외다^^;; 꼭 싸가시길.







다음날도 후덥지근하게 정말 더워서 길을 나서자마자 생일이라고 화장하고 나온 걸 후회할 정도로 땀을 흘렸다;; 아바나는 날씨가 후덥지근하고 바람이 정말 많이 불어서 예쁘게 하고 다니기 보다는 그냥 시원하고 간단하게 입고 다니는 게 최고다.







큼지막하게 어디어디 가야겠다는 것만 정했지, 시간별로 꼼꼼하게 정해놓고 이동하지는 않아서 그냥 온종일 걸어다니며 여러 동네를 자연스럽게 구경했다. 같이 여행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무조건 엄청 걷는 타입인데 T도 걷는 걸 좋아해서 둘이 열심히 잘 걸어다녔다.







쿠바 어린이들


예쁘게 원복? 교복? 입고 착하게 줄 서있는 아이들. 다들 손이 빈 통을 쥐고 있는 걸 보니 간식이나 점심을 배식받는 듯?







먼저 아바나 여행을 다녀온 친구 C가 쿠바에도 일본음식을 파는 Nippon Shokudou라는 곳이 있다는 걸 알려줘서 신기한 마음에 찾아갔는데 막상 와서보니 딱히 끌리지는 않았다. 들어가 보지는 않았지만 일본인이 하는 곳은 아닌 것도 같고. 음식도 카츠동이나 그런 류라 더운 날 딱히 먹고 싶은 메뉴는 아니었다.







한참을 고민하며 둘러보다 결국 거리에서 호객 중이신 분에 이끌려 랍스터를 파는 레스토랑으로 들어왔다. 라이브 음악이 있었고, 외국인 손님이 많았다. 일단 야외 테이블에서 먹는 거라 맘에 들었다.







T는 랍스터를 시켰고, 나는 아바나에서 먹는 랍스터는 좀 불안해서 그냥 (돼지고기였나?) 무조건 웰던으로 익힌 스테이크를 시켰다. 보기엔 그럴듯 해 보이지만 소금 후추로만 간단하게 간이 되어있기 때문에 맛은 전혀 기대할 게 못되고, 그냥 분위기 맛으로 먹은 음식이었다ㅎㅎㅎ 이 나라에서 먹고 배탈만 안난다면이야 뭐든 감사하다.







하늘이 구름이 꽉 끼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여서 올드카를 타볼까 하다가 그냥 택시를 타고 모로성(El Morro)으로 넘어왔다. 말레콘 쪽에서 택시를 타기위해 흥정을 해야 했는데 T는 이런 거엔 관심이 없어서 내가 무조건 흥정하고 택시를 골라야 했다. (* 택시 기사들이야 일단 비싼 가격으로 던져보기 때문에 꼭 미리 택시비가 얼마나 드는지 검색해봐야 함.)







생각했던 것 보다 근사했던 모로성


다만 여기를 들어오기 전에 바깥 좌판에서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다들 장사를 정리하길래 우리는 오후시간이라 벌써 정리해서 떠나려나 보다... 하고 저 멀리 등대가 있는 곳까지 걸어가봤었다.








그런데 등대 가까이에 가자마자 어마어마한 회오리 바람과 함께 무서울 정도의 폭우가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냥 등대 한쪽에 숨어서 비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싶었는데 T가 기다리지 말고 모로성 입구로 돌아가자고 해서 다시 왔던 쪽으로 뛰어야 했는데, 쪼리를 신은 나는 정말 뛰기가 힘들었다... 바로 뒤에서는 마치 허리케인 같은 폭우가 쏟아지는데 제대로 뛸 수가 없어서 T에게 '나 못 뛰겠어 ㅠㅠ 나 좀 데려가...' 라며 도움을 청했는데 '그래도 뛰어야 해!' 라며 뒤만 잠깐 돌아보고는 자기만 살겠다고 뛰는 T.








여행 내내 이런저런 고비가 있었지만 이 때 알아봐야 했다... 물론 이 여행이 이유는 아니었지만 아무튼 여행 다녀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린 헤어졌다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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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래도 당시엔 온 몸이 다 젖은 채로 깔깔거리며 '어쩐지 아까 장사하던 쿠바 사람들이 급하게 짐을 정리하더라~ 근데 어쩜 왜 아무도 우릴 말리지 않았을까? 다들 등대로 향하는 우릴 보고 미쳤다고 생각했겠지ㅎㅎㅎ' 라며 재밌는 해프닝이었다고 웃어댔다. '근데, 너 나 버리고 뛰더라?' 라며 웃으며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같이 사진도 찍고... 참 재밌었던 추억이긴 하다.







내부 사진은 내 얼굴이 들어가 있어서 여기 올릴만한 사진이 딱히 없지만, 아바나 여행가는 분들은 꼭 들려보셔도 좋을 코스이다.








다시 말레콘 근처로 돌아와서 이 올드카들을 보며 탈까말까를 고민도 하고 T는 시티투어 같은 걸 하자며 제안했지만, 나는 그런 투어를 가는 것 보다 혼자 이리저리 걸어보는 편을 훨씬 더 좋아해서 그냥 또 걸었다.







뭔가 근사했던 Cine El TTLegano? 어떻게 읽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뭔가 느낌있다 여기~ 중간에 지쳐서 숙소로 잠깐 돌아와서 쉬고는 아무래도 아시안 음식이 너무 먹고 싶어서 아바나에 있다는 차이나 타운을 찾아가기로 했다. 중국인들은 정말 대단하다. 이 먼 쿠바에도 차이나타운을 남겼다니!







일단 우리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건 알겠는데,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길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 길거리에 거리명도 제대로 써 있지 않고, 가로등도 드문드문 있는 듯 만듯 한 데다 구글맵도 제대로 이용할 수가 없으니... 그래도 여차저차 찾아감. 이 간판을 보고 정말 감격을 했다. 정말 있긴있네 차이나타운이!!!







메인 스트릿으로 보이는 곳에 나름 괜찮아 보이는 레스토랑이 몇몇 있었지만, 미리 네이버 블로그에서 찾아 둔 이 레스토랑으로 찾아갔다. 대부분 그냥 여기 손님이었고, 우리가 앉아있으니 중국 그룹 관광객이 우릴 보고 '니하오'라며 인사를 했다. 그들도 아시안이 귀한 아바나에서 같은 아시안을 봐서 너무 반가웠으리라... 그치만 난 한국인인 걸. 문장으론 모르겠고, '니하오!' 근데 나 '한궈러(한국인)'임 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마파두부를 시켰고, T는 여러 종류의 생선이 함께 나오는 차항을 시켰는데 둘다 대박으로 만족했다 ㅠㅠ 조미료를 쓸 줄 모르는 쿠바에서 이 간이 딱 맞는 음식을 오랜만에 먹으니 제대로 감탄이 나왔다!! 특히 마파두부은 정말 대박이었다. 토론토 포함 먹어 본 마파두부 중에 제일 맛있었다.






마침 외출했다 들어온 이 레스토랑 주인이 우리 테이블에 들러 인사를 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예전에는 많은 중국인들이 있었지만 다들 떠나고, 지금은 본인과 조카(였나?)와 또 다른 중국인 몇명 만이 아바나에 남아있다고 했다. 그 외 차이나타운에 있는 다른 레스토랑은 쿠바인들이 운영하고 있다고. 어쩐지 차이나타운에 들어와도 쿠바인들 밖에 안 보이더라니... 음식이 너무 맛있다고 하니, 향신료를 구하기가 너무 힘든데 중국에서 여행 가이드들이 올 때마다 부탁해서 받는다고 했다. 단체 여행이 줄어들어서 가이드가 오지 않으면 정말 쿠바 내에서는 구하기가 힘들다고... 그러면서도 이 곳을 떠나지 않고 차이나타운을 지키고 있는 이 주인이 참 대단하고 신기했다.







저녁을 너무너무너무 맛있게 먹고 배가 불렀던 우리는 조용한 말레콘을 걸어봤다. 영화에서만 보던 이 파도가 넘쳐 들어오는 도로와 그 위를 아무렇지 않게 쌩쌩 달리는 차들. 정말 꿈만 같은 풍경이었다. 어릴 적 영화로만, 다큐멘터리에서만 보던 이 곳을 내가 이렇게 걷고 있다니.



참고로 여길 걷다가 어느 공터에서 핸드폰을 꺼내들고 앉아있던 쿠바 사람들이 보여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와이파이를 연결해 봤더니 정말 느렸지만 연결이 되는 스팟이었다! 쓰레기와 개똥 냄새를 맡으며 이 곳에서 잠깐 현실세계로 돌아가서 핸드폰을 좀 보다가, 그냥 주머니에 집어넣고 아바나 밤을 즐겼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쿠바 여행이 정말 좋았던 이유는, 핸드폰을 들여다 볼 수가 없기 때문에 그 시간에 같이 여행하는 사람과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할 시간이 더 많다는 것. 문자나 메일이나 알림 등에 익숙한 삶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핸드폰 없는 삶이 얼마나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어주게 되는지 경험해 볼 수 있었다는 것 때문이었던 것 같다.








숙소로 돌아왔더니 그새 바람이 더 거세져서 큰 파도들이 방파제를 넘어 도로 절반을 덮치기도 했다! 밖에서 이 풍경을 한참 서서 구경하고 방으로 들어와 잠이 들었다. 말레콘을 언제든 바라볼 수 있는 숙소에 머무니 언제든 이 곳을 바라볼 수 있어서 정말 너무 행복했다.



이렇게 둘째날도 잘 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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