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브리의 여행기/일본21 [5일간의 에노시마] 3화. 도쿄에서 옛 추억을 더듬다 2016.08 오전에 H가 도쿄에서 면접이 잡혀있었다. 신소쯔(대학을 막 졸업한 따끈따끈한 졸업생)가 아니라서 일을 구하느라 고생이 많았는데 그래도 간간히 잡히는 면접을 열심히 보러다닐 때였다. 괜찮은 회사가 많은 동네였는데 오래전이라 이름은 까먹었고, 나는 H가 면접을 보는 동안 근처 카페에서 기다렸다. 상기된 얼굴로 면접을 마치고 나온 H는 좋은 회사이기도 하고, 동네도 마음에 들고 여기서 꼭 일하고 싶은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나보다 훨씬 나이가 어린 연하라 내가 오래 전에 인생에서 경험했던 것들을 이제 막 경험해나가는 H를 보는 기분이 묘했고, 내가 가지지 못하고 이루지 못했던 것들을 H는 다 해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면접 후 일정은 내가 원하는 대로 따라다녀주겠다고 해서 7년 전에 .. 2022. 11. 2. [5일간의 에노시마] 2화. 본격적으로 에노시마 둘러보기 2016.08 3일차. 전날 카마쿠라에서 K를 만나 셋이 잘 놀고 돌아왔고, 이날은 멀리 나가지 않고 에노시마 바닷가랑 높은 정상 쪽을 둘러보기로 했다. 눈 뜨자마자 집에 있는 재료로 H가 야키우동을 만들어줬다. 토론토에 살 때도 나는 룸메들 때문에 우리집으로 초대를 할 수 없어서 내가 늘 H집으로 놀러갔었는데 그때도 항상 H가 요리를 해줬다. 항상 휘리릭 빨리 만드는데 뭐든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 대학생때부터 본가를 나와 혼자 자취를 해서 요리하고 살림하는 게 너무 익숙하다는 H. 바다다아아아아아! 토론토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나서는 한국에 살 때처럼 딱히 여름 휴가를 챙기는 것도 아니었고, 파도치는 바다를 가볼 일도 없었어서 이 때 즐긴 바닷가가 도대체 얼마만이었는지 모른다. 오랜만에 아이처럼 신이 났다. 많이 더.. 2022. 11. 1. [5일간의 에노시마] 1화. 에노시마 도착 & 카마쿠라 나들이 2016.08 내가 보려고 올리는 2016년 여름 일본 여행기. 여행이라기 보다는 당시에 토론토에서 컬리지와 파트타임잡으로 힘겹게 지내다 딱 2주간 시간이 비어서 일주일은 한국, 일주일은 일본으로 휴가를 떠났다. 지금의 한량 생활과는 정반대로 매일 엄청 치열하게 살았던 시기라 정말이지 이 휴가가 절실했다. 낮에 도착했는데 시나가와역으로 H가 픽업을 와주기로 해서 나는 공항에서 혼자 시나가와까지 이동. 장거리 연애를 하며 반년만에 만난 거였나? 토론토 피어슨 공항에서 생이별 할 때가 겨울이었으니... 공항 가는 아침은 물론이고 공항에서도 폭풍 눈물을 쏟으며 보냈는데 그래도 각자 토론토, 일본에서 생활을 하며 페이스타임도 자주하고 연락도 꾸준히 잘 하다 재회한거라 이 때 너무 애틋하고 반가웠다. 에노시마에 도착하니 어느새.. 2022. 10. 23. [3주간의 일본] 번외편. 지나고보니 참 행복했고 고마웠던 2017년 일본에서의 3주라는 시간 17화로 여행기는 마무리되었지만 여행기에 넣지 않은 사진들과 이야기들을 이 글에 짧게 풀어보려고 한다. 울며 겨자먹기로 다녔던 컬리지를 드디어 졸업하고 자유가 된 나는 (누구나 캐나다에선 그렇듯) 첫 직장을 잡기가 너무 힘이 들기도 했고, 겨울이라 무조건 아시아로 여행을 다녀오고 싶었다. 당시 워홀비자가 있을 때부터 쭉 일했던 곳은 워낙 인원이 많아서 한두달쯤 길게 휴가를 다녀오기 쉬운 곳이라 두달을 빼뒀다. 우선 제일 고마웠던 건 장기간 연애에 지쳐 헤어졌지만 헤어지고 나서도 잘 지냈던터라 기꺼이 도쿄에서 지내며 편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숙소를 제공해준 H. 어떻게 보면 숙소에 따라 여행비가 크게 달라지는데, 도쿄에서는 H네, 다른 지역에서는 그 지역에 사는 친구들 집에서 신세를 질 수 있어서 이 3주.. 2022. 8. 28. [3주간의 일본] 17화. 아메요코 시장, 우에노공원, 시나가와 오사카에서 나를 보러 와준 S와 함께하는 하루 2탄. 1탄 먼저 보실 분들은 이곳으로- 2022.08.25 - [데브리의 여행기/일본] - [3주간의 일본] 16화. 도쿄역 & 일본 천황이 사는 고쿄 & 히비야코엔 [3주간의 일본] 16화. 도쿄역 & 일본 천황이 사는 고쿄 & 히비야코엔 이미 이전에도 썼지만 어처구니 없게도 3주간 자유롭게 JR과 신칸센까지 탈 수 있는 JR패스를 분실한 탓에 원래 마지막 주말에 예정되어 있던 오사카 여행이 취소되었다 ㅠㅠ 모든 일정이 다 귀 devleeschoice.tistory.com 도쿄에 있는 유명한 재래시장이라고 하는데 이 근처에서 파르페만 먹고는 잠깐 둘러보기만 하고 서둘러서 우에노 공원으로 향했다. 드디어 도착한 우에노 공원! 도쿄에 살 때 한번 와본 기억은.. 2022. 8. 27. [3주간의 일본] 16화. 도쿄역 & 일본 천황이 사는 고쿄 & 히비야코엔 이미 이전에도 썼지만 어처구니 없게도 3주간 자유롭게 JR과 신칸센까지 탈 수 있는 JR패스를 분실한 탓에 원래 마지막 주말에 예정되어 있던 오사카 여행이 취소되었다 ㅠㅠ 모든 일정이 다 귀하고 소중했지만 오사카는 H랑 같이 가서 예전 코워커들 중 하나인 Y네 부모님이 하시는 스시집을 갈 예정이었던터라 너무너무 아쉬웠다. 많이 친했던 SY와 Y, H, 그리고 나 이렇게 넷이서 신나게 토요일 저녁을 달릴 예정이었는데... JR패스를 잃어버리고 나니 굳이 1박 2일 여행에 들어가는 신칸센 경비 + 숙박비가 아까워서 취소하고 다음에 칸사이 여행으로 따로 오기로... 다만 일요일에 만날 예정이었던 나의 또 다른 친구 S는 내가 오사카 여행을 못 가게 되었다는 걸 듣자마자, 그래도 꼭 만나고 싶으니 본인이 야간버.. 2022. 8. 25. [3주간의 일본] 15화. 도쿄에서 보낸 생일날엔 내가 애정하는 키치죠지와 도쿄타워에서 행복한 시간을. 도쿄여행 중에 맞이한 내 생일. 주말이라 H가 하루종일 생일을 같이 보내주기로 해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일정을 짰다. 우연히 제일 앞칸에 타서 운이 좋게 앞이 시원하게 뻥 뚤린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이미 두번이나 들렀던 키치죠지의 이노카시라온시 공원이지만, 올때마다 날이 흐리거나 저녁즈음이라 날씨가 좋지 않았다. 이날도 엄청 화창한 날은 아니었지만 단풍이 잘 보이는 낮 시간에 와서 확실히 이전에 왔을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2022.08.16 - [데브리의 여행기/일본] - [3주간의 일본] 11화. 키치죠지 구경 & 야키니쿠 저녁 [3주간의 일본] 11화. 키치죠지 구경 & 야키니쿠 저녁 신주쿠 근처에서 M, E, H와 야키니쿠를 먹기로 했는데, 나리타시에 사는 (첫날 나를 재워준) M이 어차.. 2022. 8. 22. [3주간의 일본] 14화. 오타구(大田区) 동네 나들이 & 주말 먹부림 H집 근처에 카이센동을 전문으로 하는 작은 가게가 있었는데 3주동안 여기서 종종 사다 먹었다. 신선한 사시미가 올라간 카이센동이나 치라시동 같은 걸 사와서 점심으로 간편하게 먹기 좋았던 곳. 주말 낮, 집에서 걸어서 30분 넘게 걸리는 곳에 있는 돈키호테가 있는 몰에 가보는 길. 편하게 막 입을 옷이 없어서 H의 조끼를 빌려 입었다. 어딜가나 공원을 너무 좋아해서 이런 동네 작은 공원도 꼭 걸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 흐린 주말 낮, 작은 공원의 조용한 이런 풍경 너무 좋다. 저녁엔 집근처 일본 마트에서 고추장을 발견해서 도쿄에 온 이후 처음으로 내가 뭔가를 만들어봄. H집에서 지내는 동안 쭉 요리며 빨래며 H가 해줘서 미안한 마음에 나도 뭔가 하겠다고 요리를 한건데, 한국 고추장이 아니라 일본에서 만.. 2022. 8. 21. [3주간의 일본] 13화. 긴자에서 점심부터 저녁까지 이어진 수다 원래 일정에는 없던 한국인 S언니와의 점심 약속! 도쿄에 오자마자 C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우연히 S언니 소식을 들었고, 갑자기 연락해서 이야기를 나누다 점심 약속까지 잡게 되었다. 언니와 역에서 만나서 긴자에 있는 Centre The Bakery(セントル ザ ベーカリー 銀座店)라는 곳으로 같이 향했다. 언니가 고른 곳이었는데 오픈 전에 도착했는데도 이미 줄이 길어서 깜짝 놀랐다. 인기가 많은 곳인줄은 알았지만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오픈 전에 줄까지 서야 할 줄이야... 결국 우리는 한시간 정도 이대로 기다려야 했는데 S언니랑 거의 10년만의 재회라 한시간 동안 폭풍수다를 떠느라 지루한 줄 몰랐다. 토스트 세트라는 걸 시켰는데 일단 테이블마다 이렇게 예쁜 토스트기가 준비되고 식빵과 다양한.. 2022. 8. 17. [3주간의 일본] 12화. 혼자 또 다녀온 키치죠지 이노카시라온시 공원 + JR 패스를 잃어버린 밤 숙취로 시작한 토요일 아침. 이미 제목에도 썼지만 JR패스를 잃어버린 어마어마한 충격의 날이다... 이때까지는 밤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고 아부라소바를 신나게 먹었다. 가능하면 일본에 있는 동안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려고 했고, 아부라소바는 이날 처음 먹어봤다. 계란 반개가 들어있는지도 모르고 추가로 계란을 시켜버렸다. 예정대로라면 주말인 만큼 H가 내가 가고 싶은 곳에 함께 따라가주기로 되어있었는데, 전날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피곤했던 것도 있고 주말까지 사람 많은 곳에 가고 싶어하지 않아서 결국 역 안까지 들어왔다가 본인은 집에가서 쉬기로 결정. 일부러 주말은 H랑 보내기로 해서 다른 도시 여행은 안 가기로 했었는데, 이렇게 토요일 하루를 혼자 보내게 하다니... 시작부터 좋지가 않군. 전날 비가.. 2022. 8. 16. [3주간의 일본] 11화. 키치죠지 구경 & 야키니쿠 저녁 신주쿠 근처에서 M, E, H와 야키니쿠를 먹기로 했는데, 나리타시에 사는 (첫날 나를 재워준) M이 어차피 쉬는 날이라 도쿄에 일찍 오고 싶다길래 함께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키치죠지에 들리기로 했다. 아쉽게도 날이 흐리고 비도 와서 이노카시라온시 공원 안까지는 많이 들어가볼 수 없었다. 그래도 이 전에 도쿄 출장을 왔을 때는 시간이 없어서 들리지 못했고, 도쿄 살 때 이후로는 처음 들려봤으니 거의 10년 만이 아니었을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키치죠지가 너무 좋고 이노카시라온시 공원이 너무너무 좋다. 늘 도쿄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곳이 이곳이었다. 공원으로 내려가는 왼쪽에 이런 이자카야였나? 분위기 좋은 식당이 있는데 도쿄에 살 때 한국인 친구들이랑 다 같이 이 곳에서 술을 마셨던 기억이 있다. 같.. 2022. 8. 16. [3주간의 일본] 10화. 후쿠오카 이튿날 - 쿠루메대학 학식 체험 & 수업 도강하기! 후쿠오카현 남서부에 있는 상공업 도시 쿠루메에서 맞이하는 후쿠오카 여행 이튿날! 아무것도 없는 이 곳까지 왜 왔냐면 S가 쿠루메대학에 다니고 있어서 이 도시에서 자취를 하고 있기 때문. 아침 일찍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S가 우리를 데리고 쿠루메대학으로 향했다. 학교에서 가까운 곳에 자취하고 있어서 걸어서 금방이었다. 오오오 일본은 많이 와봤지만 일본 대학에 이렇게 들어와보는 건 아마도 처음이라 너무 설렜다. 살면서 학교야 질리도록 다녔지만, 일본 대학에 들어와보니 뭔가 20대에 초중반에 많이 본 일본 영화들이 생각났다. 학식 먹으러 향하는 진짜 학생 S와 심하게 정리안된 부스스한 머리로 학생인 척 따라다니는 나. 학식을 파는 곳은 캠퍼스에 몇 군데가 있는데, 아무래도 내가 있으니 가장 일본스러운 걸 먹으.. 2022. 8. 14. [3주간의 일본] 9화. 두번째 장거리 신칸센 여행 - 후쿠오카 후쿠오카는 오래전에 가족 여행으로 다녀온 적이 있지만 이번엔 토론토에서 친했던 Y를 만날 수 있어서 기쁜 마음으로 향했다. 어김없이 시나가와역에서 고른 아침 겸 점심. 지난번 고베 여행을 갈 때 너무 화려하고 푸짐한 벤토를 골랐더니 너무 거창한 느낌이라 이번엔 아기자기 너무 예쁜 오니기리랄까 스시 샌드위치 느낌의 벤토를 골랐다.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뻤다. 후쿠오카에 도착해서는 혼자 친구 본가가 있는 곳까지 다시 이동했다. 친구 Y가 사는 곳은 후쿠오카 시내에서는 떨어져 있는 곳이었지만 복잡하게 갈아 탈 필요없이 한번에 가는 곳이라 전혀 어렵지 않았다. 역에 이런 오래전 하루다역의 모습을 전시해둔 곳이 있어서 보고 있으니 친구 Y가 도착했다! 토론토에서 너무 가깝게 잘 지내서 헤어지기 전에 몇 번이나 밥.. 2022. 8. 12. [3주간의 일본] 8화. 비오는 금요일 아사쿠사에서 몬자야끼, 친구들과의 행복했던 시간, 요코하마 야경 금요일 저녁 도쿄에 사는 친구 K와 E를 만나러 아사쿠사로! 내가 도쿄에서 어학연수를 했던 시절만 해도 아직 스카이트리가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문득 마주하는 스카이트리가 낯설었다. 아사쿠사야 어학연수할 때도 와봤기에 새로울 건 없었고, 그 때 와보고 외관이 신기하다고 생각했던 빌딩들은 다 그대로 남아 있어서 익숙하고 반가웠다. H가 준비하는데 시간이 걸려서 약속시간보다 늦었지만, 아무튼 K와 E를 만나 바로 몬자야끼를 먹으러! 정말 오랜만에 먹어보는 몬자야끼였는데 친구들이 잘 구워줘서 그랬나 이게 이렇게 맛있었다니!!! 참고로 K는 엄청 놀기를 좋아하는 타입이라 토론토에서의 그를 생각하면 #일 #술&파티 #여자 딱 이 세가지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당시 정식 여자친구는 아니었지만 내 친구 Y와 현재 와이.. 2022. 8. 10. [3주간의 일본] 7화. 고베 이튿날 아침 + 너무 좋았던 세계문화유산 히메지 성 전날 어마어마하게 걸어다니고 피곤했는지 눕자마자 잠이 들었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M의 어머니가 과일과 카레 + 난을 준비해주셔서 너무 맛있게 먹었다. 저녁 신칸센을 타고 갈거였는데 고베 시내는 이미 전날 많이 봐서 시간이 많았다. M이 갑자기 매니큐어를 발라주고 싶다고 해서 이것저것 가져와서 맘대로 발라줬는데, 뭔가 10대 때 친구집에 자러가면 이러고 놀았을 것 같은 기분. 생각해보면 난 여자 친구들끼리 아기자기하게 노는 타입이 전혀 아닌데도 M이랑은 뭘해도 재밌고 잘 맞는 편이었다. (이런 친구 진짜 토론토에 절실함 ㅠㅠ) 햇볕쬐는 M네 고양이. 집에 낯선 사람이 와서 신기했는지 이러고 자리잡고 앉아서는 매니큐어 바르고 수다떠는 우리를 계속 지켜봤다. 그렇게 아침엔 집에서 좀 쉬다가 길을 나섰다. 일요.. 2022. 8. 8.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