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로 여행기는 마무리되었지만 여행기에 넣지 않은 사진들과 이야기들을 이 글에 짧게 풀어보려고 한다.
울며 겨자먹기로 다녔던 컬리지를 드디어 졸업하고 자유가 된 나는 (누구나 캐나다에선 그렇듯) 첫 직장을 잡기가 너무 힘이 들기도 했고, 겨울이라 무조건 아시아로 여행을 다녀오고 싶었다. 당시 워홀비자가 있을 때부터 쭉 일했던 곳은 워낙 인원이 많아서 한두달쯤 길게 휴가를 다녀오기 쉬운 곳이라 두달을 빼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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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제일 고마웠던 건 장기간 연애에 지쳐 헤어졌지만 헤어지고 나서도 잘 지냈던터라 기꺼이 도쿄에서 지내며 편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숙소를 제공해준 H. 어떻게 보면 숙소에 따라 여행비가 크게 달라지는데, 도쿄에서는 H네, 다른 지역에서는 그 지역에 사는 친구들 집에서 신세를 질 수 있어서 이 3주간 숙박비가 전혀 들지 않았다.
어떨 땐 캐나다에 살면서 유난히 일본 친구들만 많이 사귀어서 내 영어가 늦게 느는 것이 한편으론 불만이기도 했고, 이 친구들 대부분이 컬리지나 대학을 가거나 캐나다에 오래 남을 생각이 전혀 없는 친구들이라 막막한 캐나다에서의 삶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도 없다고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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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내고보니 평균 6개월 - 2년 정도라는 짧은 시간을 알고 지내면서도 나보다 훨씬 어린 친구들에게 배울 수 있는 점도 많았고,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그들만의 장점들을 발견하며 내가 더 좋은 사람으로, 좀 더 긍정적이고 단순하게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기도 한 것 같다. 덕분에 컬리지 다니며 힘들 때가 많았는데 이 친구들 때문에 견뎌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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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를 하긴 해도 100% 다 알아듣지는 못해서 가끔 모르는 단어나 표현이 나오면 내가 항상 물어봐야 했는데, 귀찮은 구석없이 하나하나 알려주고 통역해주던 친구들. 나이나 국적에 상관없이 나를 가깝게 대해주고 허물없이 다가와준 정말 고마운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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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에서 사귄 여러 친구들 덕분에 오래전 도쿄와 나고야에서 느낀 일본인의 차갑고 다가가기 어려운,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이미지를 떨쳐버릴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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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이 여행기간 동안 나에게 더 많은 경험을 시켜주려고 여러 곳에서 만난 친구들 모두 하루종일 많은 곳들을 데려가주고, 설명해주고, 가끔은 기대하지 않은 선물에 밥까지 사주곤 했다. 분에 넘치게 받고 매일 매일이 정말 행복했던 여행. 나중에 이 친구들이 한국을 방문하거나 토론토로 여행을 오게 된다면 나도 똑같이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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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는 마지막 날 저녁으로 아껴뒀던 고기까지 꺼내 손수 스키야키를 만들어줬다ㅎㅎㅎ 혼자 지내면서 이런 고급 요리는 해본 적이 없다며 엄청 생색을 내며ㅎㅎㅎㅎ 도쿄 출신이 아니라서 첫 직장을 잡고 쭉 혼자 이 도시에 살고 있는 H도 아무래도 도쿄에서의 생활이 외롭기도 했을거다.
누군가와 같이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 갑자기 나와 3주라는 긴 시간동안 룸메이트가 생긴거나 마찬가지라 불편하고 거슬리는 부분도 많았겠지만 (그래서 여행 초반엔 엄청 싸움ㅎㅎㅎ), 이렇게 3주를 지내고 나니 하루를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누군가가 있다는 것에 금세 익숙해졌고 일상을 나눌 사람이 잠시나마 있어서 좋았다고 나중에 얘기해줘서 고마웠다. 나이는 훨씬 어려도 은근히 나보다 어른스러운 점도 많은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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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간 거의 매일 술을 마셨는데, 마지막날 밤에도 맥주가 빠질 수 없지! 집에서 요리를 해주는 줄 모르고 내가 백화점 지하에서 고급 도시락 2개를 사가서 하나는 스키야키랑 이날 나눠먹고, 나머지 하나는 다음날 H 먹어라고 냉장고에 넣어주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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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떠나는 날이 월요일이라 아침에 작별 인사를 나누고 H는 출근을 했고, 나는 아쉬워서 아침부터 눈물 바람으로 배웅을 하고는 비행기 시간에 맞춰 이렇게 빈 집을 나왔다. 열쇠는 우편함에 넣어두고... H도 이날 퇴근하고 빈집에 들어오는 기분이 어색했겠지? 아님 속이 시원했으려나?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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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첫날 나를 재워줬던 M이 일했던 공항 내 유니크로. 이날 M은 쉬는 날이라 아쉽게도 작별 인사를 나눌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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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내내 좋은 것들만 먹고 다니느라 이 평범한 규동을 한번 못 먹어본 게 한이 되어서 마지막 날엔 공항에서 요시노야 규동을 사먹었다. 샐러드에 두부까지 들어간 세트로 사먹어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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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무사히 한국으로 다시 돌아갔다. 늘 느끼는 거지만 상공에서 보는 한국 하늘은 항상 이렇게 흐린 듯;;
유난히 긴 락다운에 스테이홈 오더까지 더해 힘들었던 토론토에서의 코로나 시기를 지나오며 참 외롭게 지내서 그런지 이 때 여행했던 날들만 생각하면 꿈만 같다. 당시에도 한 나라 곳곳에 친구들이 이렇게 많은 내가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정말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이 후 더 오랜 기간동안 혼자서 남미여행을 했는데, 혼자하는 여행도 좋지만 타국에서 가는 곳 마다 친구들이 마중나와주는 그 기분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사람의 인연이란 어쩔 수가 없어서 이 중 몇몇은 지금은 거의 연락이 끊어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이 때의 추억은 잘 간직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며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기는 게 예전만큼 쉽지가 않아서 그런지 이 때 친했던 친구들이 아직도 참 그리운 요즘이다.
분에 넘치게 감사했던 일본 여행기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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