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어마어마하게 걸어다니고 피곤했는지 눕자마자 잠이 들었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M의 어머니가 과일과 카레 + 난을 준비해주셔서 너무 맛있게 먹었다.
저녁 신칸센을 타고 갈거였는데 고베 시내는 이미 전날 많이 봐서 시간이 많았다. M이 갑자기 매니큐어를 발라주고 싶다고 해서 이것저것 가져와서 맘대로 발라줬는데, 뭔가 10대 때 친구집에 자러가면 이러고 놀았을 것 같은 기분. 생각해보면 난 여자 친구들끼리 아기자기하게 노는 타입이 전혀 아닌데도 M이랑은 뭘해도 재밌고 잘 맞는 편이었다. (이런 친구 진짜 토론토에 절실함 ㅠㅠ)
햇볕쬐는 M네 고양이. 집에 낯선 사람이 와서 신기했는지 이러고 자리잡고 앉아서는 매니큐어 바르고 수다떠는 우리를 계속 지켜봤다.
그렇게 아침엔 집에서 좀 쉬다가 길을 나섰다. 일요일 아침이라 한적한 길가에 박혀있던 이 귀여운 호빵맨과 여자친구? 너무 귀엽자나~ 이런 일본감성 너무 좋다 ㅠㅠ
M네 집에서 항구쪽까지 걸어 나왔는데 뭔가 엄청 높은 크레인? 같은 걸 이용해서 이 큰 나무를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여기 있는 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건지, 다른 곳에서 옮겨온건지 모르겠지만.
나무 크기도 굉장했고, 이 큰 나무를 옮기는 과정을 보는 것도 굉장했다! 나름 기사거리인지 바로 앞 벤치에 로컬 신문사 기자로 보이는 몇 분이 앉아계셨다.
그리고 그 뒤로는 꼬꼬마들이 피크닉 중. 꺄르르 거리는 아가들 구경하느라 여기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켜봤다. 평화로운 고베의 아침~
어떤 꼬맹이들은 신나서 맘대로 막 뛰어다녔는데.
얘들 왜 이렇게 귀여워ㅎㅎㅎㅎㅎㅎ 모르는 애기들이라 이렇게 내 블로그에 맘대로 올려서 미안하지만 귀여워서 참을 수가 없다.
그렇게 기차를 타고 고베에서 효고현에 있는 히메지성으로 향했다. 이 날 M이 내가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같이 가주겠다고 했는데, 알고보니 M이 히메지성 근처에서 일을 해서 매일 출퇴근하는 길이었다는... 주말에도 나 때문에 그 곳에 가야한다는 게 미안해서 혼자 갔다와도 괜찮다고 했는데 따라와줬다. 나야 JR패스가 있어서 괜찮았지만, 전철 티켓에 히메지성 입장료까지 굳이 내고 따라와야 하는 M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얘들도 어디로 소풍을 가는 걸로 보였는데, 다들 하나같이 비닐봉지에 점심인지를 담아서 얌전히 줄을 서 있는게 너무 귀여웠다.
히메지역에 도착! 조용하고 한적한 동네일 줄 알았는데, 양쪽으로 빌딩들이 많아서 회사들도 꽤 있는 것 처럼 보였다. 레스토랑도 많고, 편의점에 카페에 화장품을 파는 곳들까지 나름 없는 게 없었다.
히메지성까지 걸어가는 이 평범한 일본거리 풍경도 너무너무 좋았다. 이런 평범한 거리를 걷고 있으니 괜히 오래전에 살았던 나고야 생각도 나고.
입구?
1993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히메지성! 한국어로도 '히메지성'이라고 딱 적혀있다.
주말이라 그랬나 어마어마한 인파였다! 규모가 엄청 크기 때문에 첫번째 입구로 들어와서 히메지성 가까이에 가기까지는 꽤 거리가 있다.
이런 곳을 통과해서 여기저기 있는 정원들을 좀 둘러보고,
아직도 멀리 있는 새하얗게 빛나는 히메지성을 바라봤다.
멀리서 봐도 아름다웠지만, 성 안에 들어가서 가까이서 보니 더 좋았다. 곳곳에 사진찍기 정말 좋은 스팟들이 많이 있어서 인생사진 남기기 딱이다ㅎㅎㅎ 여기 흰 성벽과 대조되게 앞에는 푸르른 나무담장이 높여 있어서 M을 세워두고 사진을 찍어줬다.
히메지성 내부. 성 규모는 컸지만 과도하게 화려하지 않아서 질리지 않게 여기저기 둘러볼 수 있었다. 오사카성이나 나고야성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훨씬 좋았다.
성 안에서 보이는 고베뷰. 성벽이 저 멀리까지 세워져있는 걸 보고 다시한번 어마어마한 이 성의 규모가 실감났다.
성 내부를 다 둘러보고 나오니 뜰? 같은 곳이 있어서 아래쪽에서 올려다보며 또 한참을 구경했다.
때마침 지는 노을.
적이 들어왔을 때 대포나 활을 쏘던 장소인지 성벽에 조그만 구멍들이 나있던 곳.
떨어진 낙옆들까지 완벽하게 그림같았던 히메지성.
어느 각도에서 봐도 정말정말 아름다웠다.
나오기 전에 정원이 따로 있어서 그쪽으로 들어가봤는데, 단풍이 제대로 들어 있어서 여기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사람 팔뚝이 아니라 허벅지만큼이나 컸던 잉어들.
밝을 때 들어가서 해가 지고 나왔을 만큼 시간을 안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다. 외국인인 내가 보기에는 정말 아름답고 신비로워서 꼼꼼히 다 둘러봤는데, 일본인인데다 이 근처로 매일 출근하는 M은 조금 지루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히메지역으로 돌아왔고, 여기서 바로 도쿄로 가는 신칸센을 탈 수 있었던 나는 기다려주겠다는 M을 먼저 보내고 혼자 쉬었다. 이날 헤어지고 또 언제 볼 수 있을지 몰라서 아쉽기도 했지만, 이미 영어를 많이 잊어버린 M과 이틀내내 한정된 영어로만 대화를 했더니 조금 지치기도 했기 때문ㅎㅎㅎ 다른 일본인 친구들과는 일본어로 대화를 하는데 M이랑은 토론토에서 같이 살 때도 영어만 해서 그런지 갑자기 일본어로 바꾸기가 어색했다.
간단하게 역에서 뭘 좀 먹을까하다가 시간이 없어서 그냥 마트에서 이렇게 포장된 교자랑 오징어튀김에 산토리 맥주를 사서 신칸센에 올랐다. 나중에 도쿄로 돌아와서 H에게 이렇게 먹었다고 보여주니, 메뉴가 딱 출장 갔다가 돌아오는 비즈니스맨 아저씨 같다며 나를 놀렸다.
히메지성 입구에서 H에게 줄 오미야게로 사온 과자.
이미 H에게 줬지만 나도 꺼내서 좀 먹었다. 내가 산거니깐? ㅎㅎㅎㅎㅎ 너무너무 좋았던 히메지성 구경과 고베 여행 끝!
* 이 글은 2017년 11월 - 12월 여행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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