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차. 전날 카마쿠라에서 K를 만나 셋이 잘 놀고 돌아왔고, 이날은 멀리 나가지 않고 에노시마 바닷가랑 높은 정상 쪽을 둘러보기로 했다.
눈 뜨자마자 집에 있는 재료로 H가 야키우동을 만들어줬다. 토론토에 살 때도 나는 룸메들 때문에 우리집으로 초대를 할 수 없어서 내가 늘 H집으로 놀러갔었는데 그때도 항상 H가 요리를 해줬다. 항상 휘리릭 빨리 만드는데 뭐든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 대학생때부터 본가를 나와 혼자 자취를 해서 요리하고 살림하는 게 너무 익숙하다는 H.
바다다아아아아아!
토론토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나서는 한국에 살 때처럼 딱히 여름 휴가를 챙기는 것도 아니었고, 파도치는 바다를 가볼 일도 없었어서 이 때 즐긴 바닷가가 도대체 얼마만이었는지 모른다. 오랜만에 아이처럼 신이 났다.
많이 더워서 그랬나 아님 파도가 높아서? 그것도 아님 이때가 평일이었나? 사람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의외로 그렇게 붐비지는 않았던 에노시마 바닷가.
바닷가에서 조금 올라오면 일본 청춘 영화나 드라마에 나왔을 범한 이 곳이 나온다. 여기로 올라오니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하나같이 구릿빛으로 그을린 피부를 보니, 다들 하루이틀 왔다가는 게 아닌 듯.
우리가 갈 곳은 다리 건너 보이는 저 섬 같은 곳의 정상. 여기도 오래 전 도쿄에 살 때 대만 친구들과 왔던 기억이 있어서 잠시 추억에 잠겼다.
양쪽으로 상가가 많은데, 전통 과자나 기념풍 등 어딜가나 아기자기한 일본인 만큼 사고싶은 게 엄청 많았다. 고르고 골라 유명하다는 시라스 과자를 몇 개 샀고, 엄마아빠 선물도 샀다.
그치만 일단 시간이 너무 늦어지기 전에 오르막길로 계속 올라가서 오테라부터 입장하고~ 여기서 우리 바로 뒤에 오던 20대 한국인 관광객 세명이 있었는데, 나를 딱 보더니 '한국 사람' 이라며 자기들끼리 귓속말하는 게 다 들렸다ㅎㅎㅎ 나 한번 보고, 일본인 남자친구 한번 훑어보고를 반복하던 분들ㅎㅎㅎㅎㅎ;;
무려 7년 전에도 이 풍경을 봤었는데, 내가 또 이 곳에 왔군... 이라며 혼자 여기서 또 감상에 빠져있었다.
더 높은 정상 근처까지 가면 보이는 절인데, 막상 이곳까지 걸어서 올라오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았다. 불편할텐데 유카타를 입고도 여기까지 올라오는 사람들이 보여서 신기~
이게 정상에서 본 풍경이었던가? 정상에서 시간을 더 보내고 싶었는데, H가 애매하게 아는 분을 여기서 발견하는 바람에 마주치지 않도록 피해서 빨리 내려왔다ㅎㅎㅎ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내려오는 길에도 곳곳이 아기자기~ 이런 동네에 산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저녁 시간이 가까워져오니 하나둘 가로등도 켜지고, 퇴근하고 온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가 엄청 붐비기 시작했다.
점심먹고 바로 나와서 한참을 돌아다녔더니 애매하게 배가 고팠는데 이 이카야키를 파는 곳을 발견해서, 야외에서 간단하게 맥주와 함께 간식으로 먹고 이동했다.
슬슬 해가 지기 시작했는데 어디서 뭘 사먹어야할지 몰라서 나는 앉아서 이렇게 후지산을 구경했고, H는 열심히 핸드폰으로 근처 맛집을 검색했다. 사진이 안 남아있어서 저녁에 뭘 먹었는지 기억은 나질 않지만 암튼 집 코 앞에 있는 에노시마 관광지들을 부지런히 걸어다닌 하루.
그래도 에노시마에 머물고 있는 김에 여기 관광지들이라도 많이 둘러보자며 하루종일 데리고 다녀준 H가 고맙네. 이렇게 셋째날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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