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이전에도 썼지만 어처구니 없게도 3주간 자유롭게 JR과 신칸센까지 탈 수 있는 JR패스를 분실한 탓에 원래 마지막 주말에 예정되어 있던 오사카 여행이 취소되었다 ㅠㅠ
모든 일정이 다 귀하고 소중했지만 오사카는 H랑 같이 가서 예전 코워커들 중 하나인 Y네 부모님이 하시는 스시집을 갈 예정이었던터라 너무너무 아쉬웠다. 많이 친했던 SY와 Y, H, 그리고 나 이렇게 넷이서 신나게 토요일 저녁을 달릴 예정이었는데... JR패스를 잃어버리고 나니 굳이 1박 2일 여행에 들어가는 신칸센 경비 + 숙박비가 아까워서 취소하고 다음에 칸사이 여행으로 따로 오기로...
다만 일요일에 만날 예정이었던 나의 또 다른 친구 S는 내가 오사카 여행을 못 가게 되었다는 걸 듣자마자, 그래도 꼭 만나고 싶으니 본인이 야간버스를 타고 도쿄로 나를 보러 오겠다고 ㅠㅠ 아무래도 신칸센이 비싸기도 하고, 야간버스를 타면 저녁에 오사카에서 버스를 타고 밤엔 버스에서 푹 잘 수 있는데다 도쿄엔 아침에 도착하니 일찍 만나기에도 딱 좋다는거다 ㅠㅠ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ㅠㅠ
그래서 아침 일찍 도쿄역으로 S를 마중나갔다. 토론토에서 같이 있었던 동안엔 내가 다른 그룹의 친구들이 있어서 S와는 일 외에 엄청 많이 어울렸던 기억은 없지만, 그래도 일하면서 얘기도 많이 나누고 특히 마지막에 S가 떠나기 전에 많이 친해져서 같이 파티도 하고 밥도 먹으러 갔었다. 당시 S의 남자친구였던 T와 내가 많이 친해서, S는 일본으로 돌아오고 나서도 나에게 연애상담을 엄청 했더랬다.
도쿄역에서 만나서 오전 일찍 일본 천황이 사는 고쿄 근처를 산책했다. 이른 오전시간이었지만 관광객들이 많았다. 나는 오래전에 출장으로 와서 예정보다 일찍 일정이 끝난 탓에 이 근처를 혼자 걸어다녔던 기억이 있어서 그 때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오사카 출신인 일본인인 S는 이날 처음 이곳에 와봤다고 했다.
(캐나다에선 레깅스에 운동화에 딱 캐네디언 같이 입고 다니는데, 일본만 가면 이상하게 바로 스타일이 바뀌는 나... 그러고보니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죄다 이 여행 중에 사 입고 사신은 것들이라 그랬나?^^;; 심지어 사진찍는 포즈도 딱 일본인;;;)
새카만 머리에 땡그란 눈과 오리같은 입술이 정말 매력적인 S인데 초상권을 보호해주고 싶어서 예쁜 눈을 가려야해서 너무 아쉽.
그래서 이 사진에는 예쁜 눈만 따로 공개ㅎㅎㅎ 눈동자가 맑고 예뻐서 같이 일할 때 내가 손으로 만져보고 싶다 그랬을 정도이다.
내가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괜찮다는 S 덕에 오랜만에 히비야공원에 들렀다. 이 곳도 출장 왔을 때 코쿄를 둘러보고 근처를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공원이다. #공원러버 인 나에겐 그야말로 파라다이스 같은 곳인데, 오래 전 출장 때도 이 계절에 와서 단풍이 예뻤는데 이날도 아직 단풍이 남아있을 때라 너무너무 행복했다.
아 진짜 분위기 ㅠㅠㅠㅠㅠㅠ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이 커다란 공원에서 뿜어져나오는 이 분위기 ㅠㅠㅠㅠ 영상으로도 따로 남겼지만, 여기를 걸어가는 동안에도 바람에 잎이 후두두 비오듯 떨어지고 있었는데, 진짜 이 계절에 이 공원에 다시 찾아올 수 있어서 얼마나 행운이었는지!
무려 7년만에 다시 찾은 히비야 코엔. 이 곳에서 인상깊게 봤던 레스토랑 건물들이 없어지거나 바뀌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어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한국도 뭐든 자꾸 바뀌고 없어지지 말고 이렇게 오래 남아서 나와 같이 나이가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싶다.
캬- 탄성이 절로 나오는 풍경. 누군가에겐 아무것도 아닌 풍경이지만 공원을 사랑하는 내 눈엔 너무너무 특별하고 아름답다.
호수가 있는 이 풍경 또한 인상깊었는데, 꽃이 아닌 단풍나무를 보고 '흐드러지게 펴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오래된 단풍나무에 어마어마하게 잎이 달려 있었다.
이런 풍경을 보고 자라니, 일본 영화 감독들이 감수성 풍부한 좋은 영화들을 만들 수 있는 게 아닐까? 20대 때 일본 영화와 드라마에 미쳐있던 시절이 떠오른다. 물론 한국 영화만이 가진 감성도 너무 좋다. 늘 캐나다에 더 어릴 때 오지 못한 게 아쉽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지나고보니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던 10대와 20대 초중반을 한국과 일본에서 좋은 책과 영화들, 좋은 풍경들로 꽉꽉 채울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같이 셀피만 찍다가 지나가는 행인에게 딱 한장 우리 둘이 함께있는 사진을 부탁했더니 이렇게 절반은 땅을 배경으로 찍어주셨다. 아무러면 어떤가 이 날 우리는 정말 행복했으니깐-
그렇게 히비야코엔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전에 근처에서 점심을 먹었다. 저녁엔 바? 비스트로?로 운영하는 곳인 것 같았는데 점심엔 런치 메뉴가 있었다. S는 고등어구이, 난 치킨난방을 시켜서 배부르게 나눠 먹었다.
밥 먹고 소화시킬 겸 오래 걷다가 어느 재래시장 근처에서는 내 핸드폰도 충전하고 앉아서 쉬기도 할 겸 파르페를 먹으러 갔다. 전혀 디저트에 관심없는 아저씨 타입인 나와는 다르게, 여자애같은 취향을 가진 S 덕에 이렇게 예쁜 파르페도 시켜먹으며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으며 놀았다.
오후 일정은 다음 글에 -
2022.08.27 - [데브리의 여행기/일본] - [3주간의 일본] 17화. 아메요코 시장, 우에노공원, 시나가와
* 이 글은 2017년 11월 - 12월 여행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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