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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브리의 여행기/일본

[3주간의 일본] 번외편. 지나고보니 참 행복했고 고마웠던 2017년 일본에서의 3주라는 시간

by 브리초이스 2022. 8. 28.

17화로 여행기는 마무리되었지만 여행기에 넣지 않은 사진들과 이야기들을 이 글에 짧게 풀어보려고 한다.






울며 겨자먹기로 다녔던 컬리지를 드디어 졸업하고 자유가 된 나는 (누구나 캐나다에선 그렇듯) 첫 직장을 잡기가 너무 힘이 들기도 했고, 겨울이라 무조건 아시아로 여행을 다녀오고 싶었다. 당시 워홀비자가 있을 때부터 쭉 일했던 곳은 워낙 인원이 많아서 한두달쯤 길게 휴가를 다녀오기 쉬운 곳이라 두달을 빼뒀다.




3주간 거의 매일 오갔던 이 풍경



우선 제일 고마웠던 건 장기간 연애에 지쳐 헤어졌지만 헤어지고 나서도 잘 지냈던터라 기꺼이 도쿄에서 지내며 편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숙소를 제공해준 H. 어떻게 보면 숙소에 따라 여행비가 크게 달라지는데, 도쿄에서는 H네, 다른 지역에서는 그 지역에 사는 친구들 집에서 신세를 질 수 있어서 이 3주간 숙박비가 전혀 들지 않았다.


어떨 땐 캐나다에 살면서 유난히 일본 친구들만 많이 사귀어서 내 영어가 늦게 느는 것이 한편으론 불만이기도 했고, 이 친구들 대부분이 컬리지나 대학을 가거나 캐나다에 오래 남을 생각이 전혀 없는 친구들이라 막막한 캐나다에서의 삶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도 없다고 생각했었다.







조용한 주택가


하지만 지내고보니 평균 6개월 - 2년 정도라는 짧은 시간을 알고 지내면서도 나보다 훨씬 어린 친구들에게 배울 수 있는 점도 많았고,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그들만의 장점들을 발견하며 내가 더 좋은 사람으로, 좀 더 긍정적이고 단순하게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기도 한 것 같다. 덕분에 컬리지 다니며 힘들 때가 많았는데 이 친구들 때문에 견뎌낼 수 있었다.








신주쿠


일본어를 하긴 해도 100% 다 알아듣지는 못해서 가끔 모르는 단어나 표현이 나오면 내가 항상 물어봐야 했는데, 귀찮은 구석없이 하나하나 알려주고 통역해주던 친구들. 나이나 국적에 상관없이 나를 가깝게 대해주고 허물없이 다가와준 정말 고마운 친구들.








토론토에서 사귄 여러 친구들 덕분에 오래전 도쿄와 나고야에서 느낀 일본인의 차갑고 다가가기 어려운,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이미지를 떨쳐버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사쿠사에서 받은 선물


특히나 이 여행기간 동안 나에게 더 많은 경험을 시켜주려고 여러 곳에서 만난 친구들 모두 하루종일 많은 곳들을 데려가주고, 설명해주고, 가끔은 기대하지 않은 선물에 밥까지 사주곤 했다. 분에 넘치게 받고 매일 매일이 정말 행복했던 여행. 나중에 이 친구들이 한국을 방문하거나 토론토로 여행을 오게 된다면 나도 똑같이 해주고 싶다.








일본에서의 마지막 저녁


H는 마지막 날 저녁으로 아껴뒀던 고기까지 꺼내 손수 스키야키를 만들어줬다ㅎㅎㅎ 혼자 지내면서 이런 고급 요리는 해본 적이 없다며 엄청 생색을 내며ㅎㅎㅎㅎ 도쿄 출신이 아니라서 첫 직장을 잡고 쭉 혼자 이 도시에 살고 있는 H도 아무래도 도쿄에서의 생활이 외롭기도 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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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같이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 갑자기 나와 3주라는 긴 시간동안 룸메이트가 생긴거나 마찬가지라 불편하고 거슬리는 부분도 많았겠지만 (그래서 여행 초반엔 엄청 싸움ㅎㅎㅎ), 이렇게 3주를 지내고 나니 하루를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누군가가 있다는 것에 금세 익숙해졌고 일상을 나눌 사람이 잠시나마 있어서 좋았다고 나중에 얘기해줘서 고마웠다. 나이는 훨씬 어려도 은근히 나보다 어른스러운 점도 많은 H.








3주간 거의 매일 술을 마셨는데, 마지막날 밤에도 맥주가 빠질 수 없지! 집에서 요리를 해주는 줄 모르고 내가 백화점 지하에서 고급 도시락 2개를 사가서 하나는 스키야키랑 이날 나눠먹고, 나머지 하나는 다음날 H 먹어라고 냉장고에 넣어주고 왔다.







3주간의 보금자리


내가 떠나는 날이 월요일이라 아침에 작별 인사를 나누고 H는 출근을 했고, 나는 아쉬워서 아침부터 눈물 바람으로 배웅을 하고는 비행기 시간에 맞춰 이렇게 빈 집을 나왔다. 열쇠는 우편함에 넣어두고... H도 이날 퇴근하고 빈집에 들어오는 기분이 어색했겠지? 아님 속이 시원했으려나?ㅎㅎㅎ








여행 첫날 나를 재워줬던 M이 일했던 공항 내 유니크로. 이날 M은 쉬는 날이라 아쉽게도 작별 인사를 나눌 순 없었다.







여행내내 좋은 것들만 먹고 다니느라 이 평범한 규동을 한번 못 먹어본 게 한이 되어서 마지막 날엔 공항에서 요시노야 규동을 사먹었다. 샐러드에 두부까지 들어간 세트로 사먹어 봄.








또 다시 한국



그렇게 무사히 한국으로 다시 돌아갔다. 늘 느끼는 거지만 상공에서 보는 한국 하늘은 항상 이렇게 흐린 듯;;





유난히 긴 락다운에 스테이홈 오더까지 더해 힘들었던 토론토에서의 코로나 시기를 지나오며 참 외롭게 지내서 그런지 이 때 여행했던 날들만 생각하면 꿈만 같다. 당시에도 한 나라 곳곳에 친구들이 이렇게 많은 내가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정말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이 후 더 오랜 기간동안 혼자서 남미여행을 했는데, 혼자하는 여행도 좋지만 타국에서 가는 곳 마다 친구들이 마중나와주는 그 기분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사람의 인연이란 어쩔 수가 없어서 이 중 몇몇은 지금은 거의 연락이 끊어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이 때의 추억은 잘 간직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며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기는 게 예전만큼 쉽지가 않아서 그런지 이 때 친했던 친구들이 아직도 참 그리운 요즘이다.






분에 넘치게 감사했던 일본 여행기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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