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맛집 리뷰에 이어 오늘부터 드디어 여행기를 올려보기로 했다. 최근 날씨가 더워져서인지 도무지 공부에 집중에 되질 않아서, 이렇게 딴짓하고 싶을 때 몰아서 포스팅하기! 그나마 가장 최근에 다녀온 (작년 9월;;) 장거리 여행이었던 벤쿠버 여행 편 시작 -
작년 여름은 올해 여름처럼 다행히 락다운이 풀리고 캐나다 국내여행에도 제한이 없었던 시기이다. 아직까지 국내여행도 조심스러웠던 시기이기는 하지만, V가 중요한 출장을 꼭 가야 했고 혼자 다녀오기는 심심하다며 마일리지로 내 티켓을 끊어줘서 운 좋게 같이 다녀오게 되었다. 특히 벤쿠버는 어학연수 한 이후로 7년 만에 다시 방문하는 거라 많이 설레고 기대가 되었다.
점심시간 즈음 도착한 우리는 배가 고팠기에 공항에서 우버를 타고 근처 조용한 동네 스시가게로 향했다. 토론토에 살면서 제일 그리웠던 게 벤쿠버의 신선한 사시미랑 스시, 입에 한 번에 안 들어갈 만큼 큰 벤쿠버식 롤이었다. V가 벤쿠버 출신이라 가족인지 친척이 살던 동네라 자주 가봤다는 평범한 스시집이었다. 가격도 저렴했을뿐더러 우리가 시킨 사시미와 롤이 너무너무 신선하고 맛있어서 둘다 너무 감탄하며 먹었다. 아쉽게도 이렇게 블로그를 시작할 줄 모르고 찍어둔 사진을 지워버렸네...
다시 우버를 타고 다운타운으로 들어가는데 기분이 정말 이상했다. 7년 전에 그냥 어학연수로 왔을 때만 해도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캐나다에 남을지... 영주권까지 받게 될지 정말 상상도 못 했었는데. 아무튼 이날은 V가 일정이 없어서 호텔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바로 옷을 갈아입고 무작정 걸어 다니기로 했다.
호텔부터 쭈욱 걸어 올라가 그랜빌 아일랜드로 향하는 중. 9월 초였지만 토론토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고 여름이 이미 끝나가는 분위기였던 터라 벤쿠버의 이 쨍한 날씨가 너무 좋았다. 쨍한데 습하지는 않아서 돌아다니기 정말 좋았던 날씨.
여행 기분내기 딱 좋았던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 그랜빌 아일랜드. 돌아다니고 구경하다 쥬스도 사 마시고, 토론토에선 자주 못 봤던 갈매기 구경도 하고, 오래 걸어 다니느라 피곤했는데 다리도 풀 겸 앉아서 한참을 쉬었다.
쉬고 Island Park Walk를 따라 걷기 시작한다. 날씨가 좋아서 조깅하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벤쿠버에는 뭔가 사람들이 더 건강하고 몸도 더 단단해 보인다고 그랬더니, V가 아마 우리가 걷는 길이 조깅하기 좋은 곳이라 운동하려고 오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라고 했다. 듣고 보니 정말 그런 것도 같았다.
땡볕 아래에서 오래 걷느라 목도 마르고 지치기도 했지만 역시 도시 자체가 너무 예쁘다. 오랜만에 받는 이 평화로운 느낌. 이날 오후 우리는 호텔에 도착한 이후 3-4시간쯤 걸었던 것 같다. 막판에는 조금 힘들게 걸어서 호텔로 돌아왔는데, 저녁 먹으러 예일타운까지 다시 걸을 엄두가 안 나서 스카이트레인을 타고 이동했다.
V가 혼자 출장 왔을 때 몇 번 와봤다는 예일타운에 있는 Minami
Tuna Tart 였나? 첫 메뉴가 성공적이어서 쭉 이 수준이었음 맛집 카테고리에 올릴 수 있었는데
두 번째로 시킨 Beef Carpaccio가 meh 여서 그냥 여행 카테고리에 같이 올린다. 대부분 일식에서 비프타타키라면 폰즈소스에 다이콘 오로시 (무 갈은 것)이 들어가는데, 아무리 이곳은 퓨전이라고 해도 올라간 계란이랑 헤비한 소스가 비프타타키에 너무 안 어울렸다. 처음에 시킨 튜나 타르트 소스와 거의 비슷한 맛이라 겹치기도 하고, 사실 이건 거의 그냥 마요네즈가 아닌가 싶은 맛. 예쁘게 만든 건 좋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맛이니까... 에피타이져 종류가 엄청 많은 것도 아닌데, 요리에 맞게 소스를 다양하게 개발해야지 편하다고 비슷한 걸 써버리면 먹는 입장에선 지루하게 느껴질 뿐이다. (나는 셰프도 아니면서 이런 거에 이상하게 민감하다ㅎㅎㅎ 그냥 매일 먹는 음식이 아니라 예쁘게 차려입고 나와서 분위기 좋은 곳에서 비싼 돈 주고 먹는 저녁이니까)
세 번째로 시켜 본 스시 플레이트. 솔직히 전혀 감흥이 없었다. 오히려 팁까지 해서 총 60불 정도밖에 안 들었던 동네 스시집 퀄리티가 훨씬 좋았네. 이것도 그냥 쉐어하는 에피타이져로 치고 메인으로 더 시켜볼 생각이었는데, 아마 이 전에 먹은 에피타이져 드레싱이 헤비해서 이미 배가 불렀던 것도 있고, 이 스시 플레이트에 좀 실망한 것도 있어서 그냥 이것까지만 먹고 나왔다. 전반적으로 가격대에 비해 많이 아쉬웠던 Minami.
V는 다리가 아프다며 앉아있고, 일찍 호텔에 들어가기 아쉬워서 혼자 잠깐 둘러본 코하버.
벤쿠버 살 때 코하버 근처에 살아서 진짜 거의 매일 오다시피 했었는데... 이렇게 한참 뒤에 혼자 다시 오게 되니 기분이 정말 묘했다. 그때 어울렸던 친구들 생각도 나고, 세월이 정말 많이 흘렀구나란 생각이 새삼 들었다.
해가 9시쯤 지던 때라 저녁을 먹어도 아직 밝았다. 때마침 해가 지는 시간이라 이렇게 멋진 풍경도 보고 서둘러 V가 앉아서 기다리던 곳으로 돌아갔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Delta by Marriott Vancouver Downtown Suites.
코로나로 다른 부대시설을 이용하지는 못했지만 뷰도 좋고 위치도 최고고 직원들도 친절하고 지내기 정말 좋았다. 강력 추천!
오전에 도착해서 하루 종일 부지런히 잘 돌아다녔던 첫째 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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