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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브리의 여행기/일본

[3주간의 일본] 4화. 진보초 고서적거리, 에비수

by 브리초이스 2022. 8. 5.

이날은 많이 친하진 않지만 도쿄에 살고 있어서 기꺼이 하루 내가 가고싶은 곳을 안내하고 싶다는 E와 함께 진보초 고서적거리를 가기로!



진보초 고서적 거리는 오랫동안 내 버킷리스트에 있었던 곳으로 책을 좋아하는 내가 꼭 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도쿄에 사는 E도 처음 와보는 곳이라고ㅎㅎㅎ


참고로 E는 토론토에서 도쿄로 돌아온 후 당시 네일 케어와 얼굴 및 바디 마사지를 전문으로 하는 뷰티 살롱 오픈을 준비 중이었는데, 오래 전 취미로 그렸던 애니메이션으로 어린 나이에 돈을 많이 벌어뒀다고 @.@ 이런 애가 왜 워킹홀리데이로 토론토에 와서 최저시급을 받으며 일본인들과 힘들게 일을 했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ㅎㅎㅎ



근처 역에서 만나서 느긋하게 동네 구경도 하고 걸어다니기로. 평범한 건물들 사이로 이런 신사가 숨어있어서 신기했다. E 말로는 여기 꽤 유명한 곳이라고?






그래서 잠깐 들어가서 둘러봤다. 이걸 보며 '너도 이런 걸 그리고 돈을 벌었던거야?' 하고 물어봤던 듯ㅎㅎㅎ 진짜 보기엔 평범한 20대 일본 여자아이인데 숨은 능력자였다니.







입구에선 기모노를 입은 모녀가 인력거(?)를 타는 모습을 전문 사진가가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E 말로는 여기서 이런 사진을 찍고 있을 정도면 꽤 부유한 집안일거라고.







사람들로 북적였던 입구와는 달리 안으로 들어서니 이렇게 고요한 공간이 나타났는데, 나 같은 관광객도 좀 있는지 일본인들도 서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도심 한 가운데서 이렇게 차분하고 정적인 공간을 마주할 수 있다니!







신사 밖에서 볼 때는 이렇게 큰 줄 몰랐는데, 돌아다니다 보니 꽤 넓었다. 그치만 이 곳에 관한 정보가 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금세 지루해졌고, 금방 나와서 고서적거리로 향했다.







드디어 도착 :) 정말 많은 책방들이 있었는데, 고서적거리라 오래되고 낡은 책방들만 있을 줄 알았더니 새로 생긴 멀끔한 책방들도 많았다. 이렇게 오래된 예전 잡지들도 좋은 상태로 남아있었고, 아무래도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보니 하나하나 커버로 포장되어 있어서 열어볼 순 없었다.














Paper Book 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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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 Book Cafe


Paper Book Cafe. 안에 카페도 함께 있던 깔끔했던 책방. 주간 베스트셀러라고 입구에 전시되어 있는 책들.







크게 책에 관심이 없었을텐데도 묵묵히 나를 따라다니며 같이 구경해주던 E.







진보초 고서적거리


돌아다니다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평일 저녁이라 그런지 조용했고, 이 책방 거리만이 주는 차분한 느낌이 좋았다. 버킷리스트 하나 완료!







Nanyodo

Nanyodo



또다른 현대식 책방 Nanyodo. 복층으로 되어있는 아기자기한 예쁜 책방이었지만 손님 없이 혼자 카운터에 앉아있는 점원.


세상에 모든 직업이 똑같은 급여를 지불한다면 나는 아마 이런 책방 주인이나 공원 관리자가 되지 않았을까?








Shogakukan


한참을 돌아다니다 쇼가쿠칸이라는 유명한 출판사 건물에 카페가 있어서 우리는 이 곳에서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이미 저녁시간이었지만 나는 이 후에 저녁약속이 있어서 E에게는 미안했지만 함께 식사를 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여기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토론토에서는 잘 몰랐던 E의 개인적인 이야기들까지 많이 들을 수 있어서 조금 더 가까워진 기분이었다. 어색할 줄 알았지만, 역시 일대일로 만나면 그룹으로 만날 때 나눌 수 없었던 깊은 이야기를 하는 기회가 되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서로를 더 잘 알아가게 된다.






그렇게 E와 좋은 시간을 나누고, 저녁을 먹으러 에비수로 향했다. 토론토에서 친하게 지내는 L 노부부가 마침 일본을 여행중이라 여행 시기가 겹치는 나와 2년 전에 일본으로 돌아온 M, 이날 처음 본 친구 T와 함께 돼지고기 요리만 전문으로 하는 꼬치집에서 만났다. M과는 정말 너무 오랜만이라 반가웠고, L 노부부는 토론토에서도 볼 수 있지만 이렇게 멀리 떨어진 일본에서 만나게 되니 정말 기분이 새로웠다. 색다른 경험을 시켜주겠다고 이렇게 실내가 엄청 좁은 제대로 로컬 분위기가 나는 곳을 골라준 M 덕분에 맛있는 음식에 맥주도 많이 마시고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다.






돼지고기 요리 전문점 Japanese Bistro Ping








L의 와이프와 L의 친구 T는 이날 처음 만났고, 일본으로 돌아온 후 영어를 많이 잊어버린 M은 L부부와 깊은 대화를 나누지를 못해서 내가 중간에서 통역을 해서 모두가 원활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지만 신기하게 여기서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다. 분위기 탓도 있고, 여행을 와있어서 들뜬 L부부와 나는 정말 뭘 해도 좋았던 탓도 있다.


이미 술을 많이 마셔서 기분좋게 취하기도 했고 밤도 늦었지만, 오랜만에 재회한 M과 둘이서 일본어로 실컷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던 터라 둘이서만 2차로 근처 바에서 술을 마시기로 했다. M은 정말 특이한 친구인데, 예쁘장하고 여성스런 외모와는 달리 정말 상상 이상으로 털털하다. 토론토에서 같이 일할 때 '빨래를 못해서 오늘은 속옷 대신 수영복을 입고 출근했어' 라거나 '남자친구와 헤어졌는데 새 집 구하기가 힘들어서 그냥 쉐어 메이트로 같이 살고 있어' 라던지 암튼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그녀만의 쿨함이 있다.


2차로 간 곳에선 토론토에서의 추억이며 도쿄에서의 새 삶, 커리어 고민 등을 주제로 막차가 끊어지기 직전까지 수다를 떨고는 헐레벌떡 뛰어서 역으로 달려간 후 급하게 헤어져야 했다.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아쉬웠지만, 어떤 인연은 이렇게 잠깐 나타나서 서로의 삶을 응원해주고 또 사라지기도 하니까.


나중에 다른 친구에게 들어보니 이 때 그녀는 유부남과 사랑에 빠져있었다고. 다들 각자가 살아가는 방식과 그들만의 인생이 있으니깐 나는 전혀 비난하거나 판단할 생각이 없다. 나에겐 털털하고 매력있는 그녀의 기억만 남아있으니. 이 후로 M이 어떻게 살고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여전히 예쁘장한 외모에 털털한 매력으로 씩씩하게 잘 살아가고 있기를!








* 이 글은 2017년 11월 - 12월 여행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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