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오키나와를 제외한 곳들은 이 전에 많이 다녀봤기 때문에 이번 여행은 무조건 '친구들이 사는 도시를 방문하기' 였다. 혼자 좋은 곳을 둘러보며 관광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 보다 일본에 있는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 함께 수다떨고 맛있는 거 먹으며 시간을 보내는 게 더 중요했기 때문.
그래서 단지 친구 Y와 S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시즈오카로 떠났다. 어차피 JR 포함 신칸센은 무한대로 탈 수 있는 3주짜리 여행자 패스를 사뒀기 때문에 비싼 신칸센을 타고 이동하는데 드는 부담은 없었다. 역까지 Y가 픽업을 와줬고, 내가 가보면 좋을만한 곳들을 데려다준다며 Y가 이미 일정을 다 짜왔기 때문에 나는 옆자리에 앉아서 따라다니기만 했다. 그 와중에 보이는 후지산 풍경.
그렇게 한참을 달려 휴게소? 같은 곳에 잠시 들러 화장실도 가고 자판기에서 시원한 녹차도 뽑아 마셨다. 지대가 높은 곳에 위치한 휴게소라 저 멀리 바다가 보이는 풍경이 정말 예술이었다. 친구 말로는 이 풍경을 보여주려고 일부러 이 곳으로 데려왔다고.
그리고 찾아간 곳은 관광지로 유명한 곳 같았는데 우리나라의 작은 해수욕장 근처 풍경 같아서 친근했다. 먹거리들이 많았지만 여기선 해산물 구이를 먹어야한다고 해서 여러 곳을 둘러보다 들어갔다.
정말 신선한 해산물이 많이 있었는데, 이 중에 본인이 먹고 싶은 것들로 골라 담아 나중에 한번에 계산하고 자리에 앉아 바로 구워먹으면 된다. 한쪽에 말린 생선과 조개찜 같은 것도 따로 코너가 마련되어 있어서 다양하게 고를 수 있다.
점심 때라 배가 고파서 이것저것 많이 골라담고 싶었는데, 친구 말로는 일본에서는 여기저기서 조금씩 맛봐야 하는 거라고 해서 여기서는 뿔소라, 조개, 가리비, 굴 두개씩만 골라서 간단하게 맥주랑 마셨다. (토론토에 있으면서 제일 그리운 게 이런거 ㅠㅠ 일본 너무 가고 싶다 정말 ㅠㅠ)
열심히 앞에서 구워주던 친구 Y. 이 당시에도 너무너무 좋고 설레던 경험이었는데, 지나고 보니 이 날 이 친구가 데려다 준 곳 모두 정말 좋아서 아직까지도 가끔 일본을 떠올리면 생각이 난다. 너무 고마운 Y.
1차에서 조개구이랑 맥주로만 간단하게 배를 채웠던터라, 점심 2차로 바로 스시ㅋㅋㅋ 나는 사실 배가 많이 안 고팠는데, Y가 이걸 미리 생각해두고 나보고 1차에서 너무 많이 먹지 말라던거였다. 나는 이미 배가 어느정도 부른터라... 친구가 꼭 먹어보라고 골라준 토로랑 우니, 지금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작은 생선들이 올라간 스시를 먹었다. 도쿄는 스시가 별론데, 시즈오카에선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스시를 많이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점심을 먹고 오후엔 시즈오카에서 유명한 온천 마을에 갔다. 유명한 온천 마을이라고는 해도 규모는 크지 않아서 걸어서 둘러보기에 딱 좋았다.
<나혼자산다>에서 이시언님도 발을 담근 그 곳?ㅎㅎㅎ 발만 담글 수 있는 온천이었는데 이미 사람들이 많아서 우린 여기서 구경만.
날씨가 좀 흐린 날이라 오후가 되니 쌀쌀해지기 시작했다. 옷을 가볍게 입고와서 걸어다니기 좀 추웠는데, 그래도 여기까지 온 김에 구석구석 살펴봤다.
설렁설렁 둘러보는 나와는 다르게 지도를 들고 옆에서 꼼꼼하게 설명해주던 Y. 토론토에선 그룹으로 어울려서 노느라 단 둘이서 이렇게 오래 시간을 보낸 건 처음이었는데, 동갑이기도 하고 워낙 같이 술을 많이 마셔봐서 그런지 전~혀 어색하지 않고 정말 잘 돌아다녔다. 하긴 토론토에서도 남자가 아니라 '넌 뭔가 언니같은 느낌이야'라고 했을 정도로 말도 잘 통하고 맘이 따뜻했던 친구다.
이런 풍경 고즈넉하고 너무 좋음.
사진으로 보이는 것 보다 실제로 보는 나무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도대체 얼마나 오래 이 곳에서 자라온 걸까?
오래되고 작고 관광객들에게 유명하진 않아서 조용했는데, 그래서 더 귀신 나올거 같고 무섭긴 했던 이 곳ㅎㅎㅎ
그 외에 이리저리 둘러본 곳들. 크게 화려하진 않아서 둘러볼 게 많지는 않지만 날씨 좋은 날 드라이브 겸 왔다가 기분 좋게 산책하고 돌아갈 수 있는 동네인 것 같다. 다시 일본에 살아 볼 기회가 된다면 전국에 숨어있는 온천 마을과 작은 동네들을 매주 돌아다니며 살고싶다.
저녁엔 다시 시즈오카 시내로 돌아왔고, 대학원생인 S까지 합류해서 이자카야에서 저녁을 먹었다. 시즈오카 명물이라는 한펜과 함바그, 오뎅 외에도 이것저것 정말 많이 시켰는데 이렇게 배부르게 먹어도 토론토 이자카야에서 대충 먹는 금액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웠다. 술도 많이 마셨던 시기라 여기서 맥주랑 사케도 엄청 마심.
그리고 2차로는 비싸다는 바사시(말 사시미)를 먹으러 갔다. 생전 처음 먹어보는 바사시였는데, 먹기 전에 굉장히 거부감이 들었던 것에 비해서는 먹을만 했다. 그렇다고 해서 굳이 다시 찾아가서 먹을 정도는 아니고 그냥 경험삼아 한번 먹어봤으니 만족.
2차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도 이렇게 큰 사케를 시켜 마실 정도로 주당 셋이서 정말 어마어마하게 마셨더랬다. 밤에 도쿄로 돌아가는 신칸센을 타야하는데 정말 막차가 끊기지 전까지 주구장창 마셨다. 너무 취하면 S 집에서 자고가겠다고 했을 정도로 대책없이 마셨지만, 그래도 셋이 정말 즐겁게 잘 놀고 무사히 도쿄로 돌아갔다. 너무 그리운 친구들 ㅠㅠ
* 2017년 11월 - 12월 여행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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