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3년 만에 나이아가라를 다녀왔는데, 이곳에 내 최애 일식집이 있어서 꼭 소개하고 싶었다.
30년이 넘게 한 자리에서 운영해오고 있는 Yukiguni
3년 전에 같이 나이아가라에 갔던 캐네디언 친구가 오래전에 가봤는데 너무 좋았다고 추천해서 처음으로 방문하게 되었다. 크게 특별할 것 없는 보통 일식당일 거라고 생각하고 쌀쌀한 날이라 템푸라며 우동 같은 걸 시켜봤는데 평소 토론토에서 먹어보던 뻔한 우동 국물이 아니라 깜짝 놀랐다. 추가로 스시와 다른 에피타이져를 시켰는데 하나하나 맛이 없는 게 없었다.
얼마나 기억에 남았으면 3년 전 이날 메뉴판까지 사진으로 찍어뒀을까. 여기는 진짜 그냥 일본인도 아닌 제대로 요리하는 셰프가 운영하는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고, 이후 토론토에 돌아와서도 가끔 생각이 날 정도로 기억이 좋았다.
그래서 지난주 일요일에 3년만에 나이아가라를 가기 전부터 V에게 저녁은 이곳에서 먹자고 미리 구글맵 주소까지 찍어서 보내 뒀었다. 별생각 없이 레스토랑만 정해뒀으니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던 나와는 달리, 토론토에서 출발 전에 V가 전화로 저녁 예약을 해두었다고 했다. 나는 어차피 일요일이고 그냥 보통 일식집인데 예약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생각했지만, 막상 도착해서 테이블에 앉고 나서야 이날 더 이상 테이블이 없어서 추가로 저녁 예약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미리 예약을 하고 와서 얼마나 다행이던지.
V가 제일 먼저 고른 Smelt Tempura (빙어 템푸라)
나는 smelt가 뭔지를 몰라서 너 정말 어떤건지 알고 시키는 건지 그냥 템푸라랑 헷갈려서 시키는 건지 물었더니 본인은 알고 시키는 거라고 해서 그냥 시켰다. V는 좋게 말하면 뭘 먹어도 맛있어하는 타입이고, 솔직히 말하면 음식 맛을 잘 몰라서 (특히 일식도 그냥 동네 스시집에서만 먹어도 맛있어하는 타입) 골라주려고 했는데 자기가 먹고 싶은 게 있다니 주문하게 놔뒀다가 나중에 나온 음식을 보고 내가 살짝 놀랐다. 한국에서도 빙어를 제대로 먹어 본 적도 없고, 이자카야에서 자주 먹는 시샤모 구이는 구운 거라 맛있는데 이런 느낌의 튀김은 거의 처음 먹어본 것 같다. 특히나 캐나다에서 이런 걸 먹어볼 줄이야.
머리까지 통채로 튀긴 거라 먹을 수 있을까 했지만 웬걸, 너무 고소하고 정말 맛있었다. 특히나 알이 들어있어서 씹히는 맛이 정말 좋았고, 생선이지만 비린내도 전혀 없고 튀김 정도도 딱 알맞아서 너무 감탄하며 먹었다. 나는 절대 선택 못해봤을 메뉴인데 잘 골라줘서 덕분에 일본이 아닌 캐나다에서 이런 걸 다 먹어보네!
Chicken Karaage 치킨 카라아게
남자들은 무조건 좋아하는 치킨 카라아게. 어느 일식집이나 카라아게는 있지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잘 튀기는 것도 그렇고 치킨 자체에 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맛이 정말 다른데, 이곳 카라아게는 일본 현지 이자카야에서 먹는 카라아게와 다를 게 없다. 특히나 V가 너무 좋다고 잘 먹은 메뉴. 결국 다음날 런치 먹으러 갔다가 또 시켰다.
Ikayaki
내가 잘하는 일식집에 가면 꼭 시키는 이카야키. 앞에 나온 에피타이져 두 개에 정신이 혼미해졌는지 사진도 안 찍고 집어먹었나 보다. 사진은 구글 리뷰에서 찾아온 남이 찍은 사진. 토론토에서는 냉동을 많이 써서인지 씹어도 아무 맛도 없는 오징어가 대부분이라 한국에서처럼 씹으면 달콤한 오징어가 그리웠는데 여기 이카야키는 찐으로 오징어 자체가 통통하고 맛있음. 이카야키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추천하는데, 여기 이카야끼는 진짜 맛있는 이카야끼니까 이 글 보시는 분들은 꼭 가서 드시길!!
Chirashi Don
보통 사시미가 먹고 싶으면 사시미 디너로 밥과 사시미를 따로 먹을 수 있게 시키는데, 여기는 미리 찾아본 리뷰에서 치라시동이 잘 나오는 것 같아서 시켜봤다. 23불 정도였던 것 같은데 정말 그 가격에 말도 안되는 퀄리티. 토론토였으면 33불이라도 감사히 사 먹었을 퀄리티이다.
V가 시킨 Sashimi Dinner
아마 치라시동이랑 가격이 비슷했나 아주 조금 더 비쌌던 걸로 기억하는데, 사시미 종류도 다양하고 하나같이 신선하게 잘 나왔다. 정말 사시미 잘 만질 줄 아는 셰프가 손질한 깔끔한 사시미. V랑 한조각씩 나눠먹다 배부르대서 내가 더 많이 먹어버림.
이건 같은 날 아니고 다음날 런치;;
이미 전날 저녁을 먹으면서부터 우리 내일은 사시미 말고 주방에서 만드는 요리도 시켜먹어 볼까? 라는 얘기가 나왔고, 사실 우리 호텔 근처에는 흔하디 흔한 체인 레스토랑들 밖에 없어서 가보고 싶은 곳도 없었다. 심지어 아웃백, TGIF 등도 있었다 (한국에서 대학생 때 친구 생일로 많이 갔던ㅎㅎㅎ). 아무튼 우리는 혹시 런치도 자리가 꽉 차게 될까봐 서둘러서 체크아웃을 하고 심지어 오픈 10분 전에 도착했다.
(이날은 이야기하느라 사진을 못 찍어서 리뷰에서 찾아왔어요)
내가 시킨 Salmon Teriyaki
다운타운에서 런치타임에 파는 것들과는 확연히 다른 두께와 씹히는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그릴로 구워져서 겉부분이 딱 맛있게 익혀졌고 보통 껍질 부분은 못 먹고 남기는 편인데, 여기는 껍질까지 제대로 구워져 있어서 김에 싸 먹듯 밥에 올려 먹었다. 심지어 사이드로 나온 버섯이랑 브로콜리도 후추향만 싹 나고 속은 촉촉하게 너무 맛있어서 감탄하며 먹었다.
V가 시킨 Sashimi Lunch
어제부터 메인으론 자꾸 사시미만 시키는 너. 전날 좋아했던 카라아게도 또 시켜서 먹고 나니 배불러서 다 못먹겠다고 했지만 결국 남김없이 다 먹고 우리는 이날 너무 배가 불렀다고 한다.
전날 저녁타임 서버들도 너무 친절했지만, 이날은 신기하게 나이가 지긋하신 할아버지가 서빙을 하고 계셨는데 알고 보니 이미 은퇴한 전 오너인데 가끔 와서 도와주고 계신하고 하셨다. 우리가 첫 손님이자 이 시간 유일한 손님들이어서 그랬는지 토론토에서 왔느냐, 캐나다에 얼마나 살았냐, 이 레스토랑 와본 적이 있느냐부터 해서 40년 전쯤 한국에 가봤다, 토론토 일식집들은 너무 westernized 라 제대로 된 가정식 일식집이 거의 안 남아있다 등등 정말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고 나중에는 Niagara on the lake에 가는 우리에게 무료로 주차할 수 있는 스팟도 알려주셨다. 밥 먹기 전부터 해서 에피타이저 먹는데도 자꾸 이것저것 계속 질문하셔서, 친할아버지 집에 와서 싫지 않은 관심을 받으며 밥을 먹는 기분이었다. 비싸고 화려하지만 제 값어치를 못하는 곳들보단 이렇게 작고 소박해도 기본에 충실한 제대로 된 레스토랑이 훨씬 좋다.
토론토에 있었다면 정말 매주 갔을 이 곳 Yukiguni
너무 좋았던 곳이라 더 꼼꼼이 글을 쓴다고 포스팅 완료하는데 시간이 정말 많이 걸렸답니다 ;;
나만 알고있고 싶은 최애 맛집인데 장사가 더 잘되서 절대 없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공유합니다.
나이아가라에 가시는 분들 꼭 가세요. 두번 가세요!
* 추천글
나이아가라 대표 호텔 비교 (메리어트, 힐튼, Sterling In & Spa)
https://www.breeee.com/2023/10/sterling-inn-spa.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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